익숙해지기 위한 연습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은 한국어를 모국어로 쓰고 계시니 한국어에 대한 본능적 이해를 하고 계실 겁니다. 굳이 말로 설명하지 않더라도요. 그러니 이를 이용해 국제음성기호를 익히는 연습을 하려고 합니다.
다만, 한 가지 먼저 말씀드려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이 팸플릿에서 “한국어”, 또는 “현대 한국어”라고 하는 것은 수도권을 위주로 한, 방송에서 주로 쓰이고 젊을수록 지역을 가리지 않고 닮아가는 현대 수도권/서울 방언을 일컫는 것이며, “표준어”가 실제로 학교에서 가르치고 뉴스 등 공적인 자리에서 쓰이는 언어입니다. 만약 ‘나는 저렇게 발음하지 않는데?’라는 의문이 드신다면 이 점을 참고해주셨으면 합니다.
모음
현대 한국어의 모음은 7개입니다. 다만, 표준어에서는 아직 10개의 모음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가르친 이 10개 모음을 보자면,
- 후설 평순 저모음 /ㅏ/, /ɐ/(/a/라고 적기도 합니다. 적기 더 편하니까요. 아시다시피 빗금 안에 있는 기호는 다른 기호와 비교할 때 비로소 의미가 있습니다.)
- 전설 평순 저모음 /ㅐ/, /ɛ/
- 후설 평순 중모음 /ㅓ/, /ʌ/
- 전설 평순 중모음 /ㅔ/, /e/
- 후설 원순 중모음 /ㅗ/, /o/
- 전설 원순 중모음 /ㅚ/, /ø/
- 후설 원순 고모음 /ㅜ/, /u/
- 전설 원순 고모음 /ㅟ/, /y/
- 후설 평순 고모음 /ㅡ/, /ɯ/
- 전설 평순 고모음 /ㅣ/, /i/
이렇게 되있지만, 실제로는 일상생활에서 저렇게 발음하는 사람은 없다고 봐도 될 정도로 적죠. 실제로 각 모음을 어떻게 발음하는지 봅시다.
- 후설 평순 저모음 /ㅏ/, /ɐ/는 표준어에선 [ɐ]지만, 한국어에선 [a ~ ɐ ~ ɑ]까지 다양합니다(물결표~는 그 부근의 소리가 다 쓰인다는 뜻입니다).
- 전설 평순 저모음 /ㅐ/, /ɛ/는 표준어에선 [ɛ]지만, 한국어에선 [e̞]입니다.
- 후설 평순 중모음 /ㅓ/, /ʌ/는 표준어에선 [ʌ̹]지만, 여러 방언에서 [ə]로 소리나고 합니다.
- 전설 평순 중모음 /ㅔ/, /e/ 역시 표준어에선 [e]지만, 한국어에선 [e̞]로, /ㅐ/와 합쳐졌습니다.
- 후설 원순 중모음 /ㅗ/, /o/는 [o ~ o̞]
- 전설 원순 중모음 /ㅚ/, /ø/는 표준어에선 [ø̞ ~ ø]지만, 한국어에서의 소리는 아래서 다루겠습니다.
- 후설 원순 고모음 /ㅜ/, /u/는 [u]로, 차이가 없습니다.
- 전설 원순 고모음 /ㅟ/, /y/는 표준어에선 [y]지만, 한국어에서의 소리는 아래서 다루겠습니다.
- 후설 평순 고모음 /ㅡ/, /ɯ/는 표준어에선 [ɯ]지만, 한국어에선 [ɯ ~ ɯ̽ ~ ɨ]까지 다양합니다.
- 전설 평순 고모음 /ㅣ/, /i/는 표준어에선 [i]지만, 한국어에선 [i ~ ɨ]까지 다양합니다.
현대 한국어의 모음이 7개인 이유도 볼까요? 먼저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현대 한국어에서 /ㅐ/와 /ㅔ/는 하나의 소리로 합쳐졌습니다. 아예 /e̞/라는 하나의 음운이 되버린 셈이죠.
/ㅚ/와 /ㅟ/의 경우 더 이상 하나의 모음으로 남아있는 것이 아닌, 이중모음으로 바뀌었습니다. 이중모음이 뭐냐고요? 한국어에서 이중모음은 반모음(접근음)과 모음이 만나 생긴 소리입니다.
- /ㅑ/는 반모음 ㅣ[j]와 /ㅏ/가 만난 소리입니다.
- /ㅕ/는 반모음 ㅣ[j]와 /ㅓ/가 만난 소리입니다.
- /ㅛ/는 반모음 ㅣ[j]와 /ㅗ/가 만난 소리입니다.
- /ㅠ/는 반모음 ㅣ[j]와 /ㅜ/가 만난 소리입니다.
- /ㅒ/는 반모음 ㅣ[j]와 /ㅐ/가 만난 소리입니다.
- /ㅖ/는 반모음 ㅣ[j]와 /ㅔ/가 만난 소리입니다.
- /ㅘ/는 반모음 ㅗ/ㅜ[w]와 /ㅏ/가 만난 소리입니다.
- /ㅝ/는 반모음 ㅗ/ㅜ[w]와 /ㅓ/가 만난 소리입니다.
- /ㅙ/는 반모음 ㅗ/ㅜ[w]와 /ㅐ/가 만난 소리입니다.
- /ㅞ/는 반모음 ㅗ/ㅜ[w]와 /ㅔ/가 만난 소리입니다.
아래부터는 표준어의 발음과 현대 한국어의 발음이 크게 차이납니다. - /ㅚ/는 반모음 ㅗ/ㅜ[w]와 /ㅔ/가 만난 소리입니다(비표준어).
- /ㅟ/는 반모음 ㅗ/ㅜ[w]와 /ㅣ/가 만난 소리입니다. 또는, [ɥ]와 /ㅣ/가 만난 소리나, [ɥ]로만 줄어들기도 합니다(모두 비표준어)
- /ㅢ/는 반모음 ㅡ[ɰ]와 /ㅣ/가 만난 소리입니다. 또는, /ㅡ/에 반모음 ㅣ[j]가 만난 소리입니다. 표준어를 벗어나면 [ɯ ~ ɯ̽ ~ ɨ ~ i]까지, 다양한 소리로 바뀌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침 접근음을 언급했으니, 자음으로 넘어갑시다!
자음
먼저 파열음입니다. 한국어의 기본 파열음은 연구개 파열음 /ㄱ/, /k/, 치경 파열음 /ㄷ/, /t/, 양순 파열음 /ㅂ/, /p/이 있습니다. 각 파열음은 평음/예사소리, 경음/된소리, 격음/거센소리로 나뉩니다. 이를 국제음성기호식으로 표현하면 기본, 기식(숨)이 아예 없음, 기식이 큼의 차이가 되겠네요. 그러니 /ㄲ/ /ㄸ/ /ㅃ/는 /k͈/ /t͈/ /p͈/고, /ㅋ/ /ㅌ/ /ㅍ/는 /kʰ/ /tʰ/ /pʰ/가 되겠습니다. 한국어의 예사소리, 된소리, 거센소리를 더 자세히 알고 싶으시다면 나무위키의 “무기음” 문서와 “유기음” 문서를 추천드립니다.
한국어의 파찰음은 ㅈ ㅉ ㅊ로, 모두 치경구개(잇몸과 혀끝, 센입천장과 혓바닥 모두가 만나 나는 소리) 파찰음이며, 파열음에 맞춰 세 개가 존재합니다. 각각 /t͡ɕ/ /t͈͡ɕ/ /t͡ɕʰ/가 되겠네요.
한국어의 마찰음은 ㅅ ㅆ와 ㅎ로, 앞의 둘은 경구개 마찰음이며, 거센소리 없이 예사소리와 된소리만 있습니다. 각각 /s/와 /s͈/입니다. ㅎ는 성문 마찰음으로, 일단은 /h/입니다.
한국어의 비음은 ㄴ ㅁ ㅇ(받침에서만)로, 각각 치경, 양순, 연구개 비음입니다. 기호로는 /n/ /m/ /ŋ/입니다.
한국어의 접근음은 반모음 ㅣ, 반모음 ㅗ/ㅜ, (해석에 따라) 반모음 ㅡ이고, 각각 기호로는 /j/, /w/, /ɰ/입니다.
ㄹ은 일단은 /l/입니다.
자음 각각은 다양한 변이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변이음은 상황에 따라 소리가 달라지는 것을 말하는데, 2막 6장에서 소개해 드린 [비빔빱]이 예시가 되겠네요. 여기의 세 /ㅂ/은 똑같은 /ㅂ/ 같지만, 실제로 소리는 다 다르답니다. 각 자음의 변이음을 모두 소개하기에는 너무 길어질 것 같으니, ㅎ과 ㄹ만 예시로 들고, 나머지는 각 자음을 나무위키에 쳐보시는 것으로 대체하겠습니다.
ㅎ은 한국어에서 가장 변이음이 많은 소리인데요, 사람이 낼 수 있는 소리 중 가장 연약한 소리라 그렇습니다. ㅎ의 변이음으로는
- 어두(단어의 맨 앞)에서 뒤에 오는 모음에 따라
[h]
ㅣ나 반모음 ㅣ 앞이면 구개음화로 [ç]
ㅟ 앞이면 구개음화에 원순성이 더해져 [çʷ]
ㅜ 앞이면 양순음이 되어 [ɸʷ]
ㅡ 앞이면 연구개음화 되어 [x] - 어중(단어 안)에서 상황에 따라
(축약이 일어나지 않는) 자음 뒤라면 [h ~ ɦ ~ ∅](∅는 소리 나지 않는다는 표시입니다)
모음 뒤라면 [ɦ ~ ∅]
뒤의 모음이 구개음화를 일으키면 [ʝ ~ ∅] - 어말(단어의 끝)에서
음끝규에 따라 [t̚] - 음운 변동에 따라(더 이상 /ㅎ/이 아니다)
[s](예: 히읗을), [ɕ](히읗이), [d](히읗 아래), [n](히읗만), [kʰ](파랗고), [tʰ](파랗다), [pʰ](굽히다), [t͡ɕʰ](맞히다), [s͈](좋소)
이 있고, ㄹ의 변이음으로는
- 어두에서 뒤에 오는 모음에 따라
[l ~ ɾ](유성 설측 치경 접근음 ~ 유성 치경 탄음)
ㅣ나 반모음 ㅣ 앞이면 구개음화로 [ȴ ~ ɾ](유성 설측 치경구개 접근음 ~ 유성 치경 탄음) - 어중에서 상황에 따라
모음 사이나 ㅎ 앞 [ɾ]
ㄹ이 연속해서 나올 때 [ɭ ~ l] (유성 설측 권설 접근음 ~ 유성 설측 치경 접근음)
ㄹ이 연속해서 나오고 뒤의 모음으로 구개음화 일어나면 [ȴ]
연음되었을 때 [ɾ]
연음되고 ㄴ 첨가에 구개음화 일어나면 [ȴ] - 어말에서
[ɭ~l] - 음운 변동에 따라(더 이상 /ㄹ/이 아니다)
[n](종로), [ȵ](종료)
이 있습니다. 굉장히 다양한 것을 알 수 있죠. 이렇듯 상황에 따라 음소와 실제로 발음되는 소리는 다를 수 있고, 이런 차이가 새로운 음소의 탄생으로 이어지거나, 상황마다 달라지는 변화의 원인이 되기도 한답니다.
보조 기호
한국어를 표기할 때 쓰이는 보조 기호로는 위에도 등장했던 무기음 기호 ◌˭와 유기음 기호 ◌ʰ, 둘 이상의 기호를 묶는 ◌͡◌가 있습니다. 그리고, 장음을 표시할 때 쓰이는 ː, 음절이 끝났다는 것을 알려주는 기호 . 등이 있죠.
이걸로 한국어로 국제음성기호를 배우는 이 팸플릿을 마치고, 다음 장, 「언어와 음소」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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