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막 17장 ― 언어와 비유

뻗어나가는 의미의 덩굴

비유는 단어를 만드는 데 있어, 접사를 이어 두 번째로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시로, “강”이라는 단어를 어떻게 부를 건가요? 몇 가지 예시를 들어봅시다. 

먼저, 그냥 “물”이라고 부르는 방법이 있습니다. 어쩌면 시간이 지나며 소리가 갈라지며 다른 단어가 될 수도 있겠네요. 아니면 “물”을 의미하는 다른 단어가 생기거나요. 

다음으로, “흐름”이라고 부르는 방법이 있습니다. 강은 흐르는 것이니까요. 많은 언어가 채용한 방법이기도 하죠. 

“긴 것”(또는 긴 물 등등)이라고 부르는 방법이 있습니다. 강은 기니까요. 

“물의 선”(또는 물의 길 등등)이라고 부르는 방법이 있습니다. 시적이기도 하네요. 

“잘림”이라고 부를 수도 있고, “물 덩어리”라고 부를 수도 있죠. 

똑같은 {강}이더라도, 그런 의미를 표현하기 위해 거치는 뜻의 길은 언어마다 제각각입니다. 

시간의 흐름 또한 그렇습니다. 한국어에서, 시간은 앞에서 뒤로 흐르는 것입니다. “그것을 앞선 일”이나, “뒷일은 생각하지 않고”라는 표현에서 드러나죠. 하지만, 시간의 흐름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기준으로 시간이 어디 있는지를 물어본다면, 내 앞에는 미래가(앞일이 걱정된다), 내 뒤에는 과거가 있습니다(과거는 뒤로 하고). 다른 언어는 어떨까요? 

몇몇 언어에게, 시간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입니다. 중국어가 그렇죠. 과거는 위에, 미래는 아래에 있습니다. 마치 물이 흐르는 방향과 같죠. 영어는 일관적으로 과거를 뒤에, 미래를 앞에 둡니다. 하지만 또 한 언어는 과거는 아래에, 미래는 위에 있다고 하죠. 글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쓰는 언어에게 시간은 오른쪽으로 흐르지만, 글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쓰는 언어에게는 시간이 왼쪽으로 흐릅니다. 

단지 시간의 흐름이 아닌, 시간을 일컫는 말도 그렇습니다. 지구가 해를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과거인들에게는 해가 정확히 제자리로 돌아오는 데 걸리는 시간)의 어원이 순우리말로는 {해}이고, 중국어로는 {추수}에서 유래했습니다. 

지구가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해가 뜨고 지는데 걸리는 시간)의 어원은 보통 {해}거나, {하늘}, {밝음}, {타오름}이죠. 

달의 위상이 한 번 변화하는데 걸리는 시간(초승달에서 초승달, 보름달에서 보름달)은 당연히 {달}과 관련이 있고요. 아예 한자로는 완전히 똑같죠({하루} = 日 = {해}, {달} = 月). 한국어로도 달은 달이네요! 보름은 보름이고요. 

방향에도 의미를 담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언어에서 오른쪽이 좋은 것이고, 왼쪽이 나쁜 것이라는 비유를 하죠. 한국어만 해도 “오른-“과 “옳다”, “왼-“과 “외다”(틀리다/그르다의 뜻이 있었음)의 어원이 같고, 영어에서도 오른쪽은 “곧다”라는 긍정적 의미가, 왼쪽은 “약하다/서툴다”라는 부정적 의미에서 유래되었습니다. 라틴어에서는 오른쪽은 운이 좋다, 왼쪽은 운이 나쁘다는 의미를 담고 있었죠. 

또한, 많은 언어에서 위쪽이 좋고, 아래쪽이 나쁘다고 여겼죠. 위를 향하는 것은 성공이나 출세에 비유되었고, 아래를 향하는 것은 실패나 빈곤에 비유되었죠. 

방위도 자주 비유의 대상이 됩니다. 계절의 변화와 함께 바람의 방향이 변화하기 때문이죠. 지역에 따라 각 방위의 바람에 의해 춥거나, 덥거나, 건조하거나, 습하거나, 온화하거나, 험한 날씨를 겪기에 방위의 날씨는 서로 연결되었답니다. 

그 언어를 쓰는 사람들이 어떤 삶을 사는지에 따라 다른 비유를 하기도 하죠. 한국은 벼농사를 짓는 지역 중 가장 비가 안 내리는 곳이랍니다. 그런 지역이니, “비가 온다”라는, 한국어만의 표현을 할 정도로 비는 반가운 존재인 것이죠. 또, “가뭄 끝에 단비 온다”라는 표현도 하고요. 농경 문화는 작물이나 가축에 빗대 사람을 표현하거나 상황을 표현하고, 유목 문화는 가축의 움직임이나 상태를 두고 비유할 수도 있죠. 배와 친숙한 문화에서는 항해 중 맞닥트리는 상황을 두고 감정을 나타낼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것을 두고 “숙어”나 “상용어구”라는 표현을 합니다. 1막 6장에서 다룬 바 있죠. 속담도 이런 부류에 속합니다. 나무위키 등에 각 나라의 속담이 잘 정리되어 있으니 유용하게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백 번 듣는 것이 한 번 보는 것보다 못하다”라고 하지 않습니까? 속담은 한 언어의 문화를 한 문장에 담아낼 수 있는 만큼, 어떤 속담을 쓸지 잘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예를 들어, 바쁜 현대 사회의 정수를 담아낸 속담이라면 “시간이 금이다”가 있죠. 

기술의 발전에 따른 비유도 있답니다. 동사의 경우, 사람의 몸으로 할 수 있는 행동이 과거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없기에,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이는 동사는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없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가장 기초적이고 가장 사라지지 않는 어휘들을 모은 스와데시 목록에도 수많은 동사가 있죠. 

그러나, 기술을 빠르게 발전해 사람의 몸이 할 수 없는 행동을 표현해야 하는 때가 오게 됩니다. 전기를 공급하거나 차단하는 행동을 뭐라고 해야 좋을까요? 한국어는 전기도 “불”이라고 여겨 켜고 끈다고 했으며, 중국어는 열고 닫는다고, 영어는 닿는 방향으로, 떨어뜨리는 방향으로 돌린다고 했습니다. 사진을 두고 한국어는 사진을 찍는다고 했고, 중국어는 사진을 비춘다고 했고, 영어는 사진을 가진다고 했습니다. 전화를 두고 한국어는 전화를 건다고 했고, 중국어는 전화를 친다고 했고, 영어는 전화를 만든다고 했죠. 

동사는 이렇게 시간의 거센 흐름을 꿋꿋이 버텨냈지만, 명사는 그와 다르게 시간이 지남에 따라 피고 졌답니다. 당장 백 년 전의 대화와 지금의 대화를 비교하면, 동사는 거의 차이가 없지만, 명사는 크게 차이날 겁니다. 우리 주위를 감싸는 물건들이 달라졌기 때문이죠. 

그럼 이번 장의 내용을 창창어에 적용해 볼까요? 느끼셨는지 모르겠지만, 창창어는 별을 사랑한답니다. 전 장에서도 {별 같은 사람}을 특별한 사람, 애인의 비유로 썼었고, 하늘을 {별의 땅}이라고 했었고, 창창어의 예문으로도 “나는 별을 본다”가 등장했었죠. 그러니 더 해봅시다! 

태양은 {큰 별}, “룰룰유”입니다. 

달은 {그 별}, “룰미로”입니다. 

불은 {땅의 별}, “룰마”입니다. 

보석은 {별의 돌}, “유사룰”입니다. 

“룰키소테”, {별을 먹다}는 맛있는 것을 먹는다는 뜻입니다.  

“룰마닐테”, {별을 잡다}는 불가능한 것을 해냈다는 뜻입니다. 

“룰사낫테”, {별을 보다}는 좋은 시간을 보냈다는 뜻입니다. 

15장에서 “내장”의 뜻을 확장해 “속”, “즙” 등으로 사용하기도 했었죠. 즉, “내장”이라는 것은 무언가의 속에 있는 귀한 부분의 비유입니다. 이를 사용해 비유를 해볼까요? 

{돌의 내장}, 즉 “소테푸유사”은 금속의 비유가 될 수 있겠습니다. 

{나무의 내장}, 즉 “소테푸켓푸테”는 수액의 비유가 될 수 있겠네요. 

{내장을 잡다}, 즉 “소테푸마닐테”는 약점을 쥐다라는 뜻이 될 수 있겠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단어들을 만들었지만, 새로운 단어들을 만드는 것은 너무나 힘든 일입니다. 어떻게 하면 새로운 단어들을 쉽게 만들 수 있을까요? 

이전 장에서 다룬 내용들을 모아봅시다. 현실의 다른 언어에서 단어 가져오기와 무작위로 만든 음절들을 적절하게 배열해서 단어를 만드는 법을 다뤄봤었습니다. 다른 영감의 원천은 없을까요? 다른 언어에서 단어를 가져오는 방법을 좀 더 다양하게 할 수 있습니다. 

  1. 음절/음소의 순서 바꾸기/뒤집기
    (예시: “칼”을 가져올 때, “랔”로 가져오기)
  2. 목적 의미에 닿을 수 있는 다른 단어 가져오기 
    (예시: {까맣다}를 위해 {하늘}이나 {밤}을 가져오)
  3. 음소 배열 규칙에 맞게 욱여넣기 
    (예시: 창창어는 “랔”이 불가능하니, “라키”로 가져오기)ㅈ

이걸 잘 섞으면 유용하지 않을까요? 

또다른 방법은 글자 덩어리입니다. 길을 가다가 얼핏 본 간판, 번호판, 표지판이나, 글을 쓰다가 생기는 오타에서 순간적인 영감을 얻을 수 있죠. 아니면 말을 하다가 말이 이상하게 나오는 것을 써도 되고요. 

아니면 제가 창창어에서 했던 것처럼 목적을 가지고 언어를 이끌어 가는 것입니다. 별을 좋아하니 별을 중심으로 어휘를 짤 수 있게 처음부터 별을 중요한 어근으로 쓸 계획을 하고 있었죠. 

장난을 섞을 수도 있습니다. 친구나, 가족이나, 애완동물이나, 좋아하는 캐릭터나, 연예인 등의 이름을 단어로 써도 되고, 장난기 섞인 단어를 만들 수도 있겠죠. 창창어로 “바나나”가 노란색이라고 하거나요. 물론, 설정상 유래가 바나나와 완전히 관련이 없다면 더 재밌겠죠! 

또 하나는 의미의 구분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알다”일 겁니다 한국어로 “알다”나 영어의 “know”는 많은 언어들이 구분하는 두 개념을 모두 담았죠. {(지식/정보를) 알다}가 있고, {(사람 등을) 알다, 익숙하다} 등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홍길동이라는 이름을 “알다”는 전자, 홍길동을 “안다”는 후자가 되겠습니다. 

영어를 한국인들이 번역하기 힘들어하는 것도 있죠. 무언가가 길 때, 길이가 길 수도 있고, 높이가 길 수도 있습니다. 한국인이 “크다”라고 할 때는 크기가 큰 것과 높이가 긴 것을 모두 포함하고, “높다”라고 하면 높이 있는 것과 높이가 긴 것을 모두 포함하지만, 영어로는 길이가 긴 것{long}과 높이가 긴 것{tall}, 크기가 큰 것{big}, 높이 있는 것{high}을 모두 구분하죠. 더 나아가서, 영어로는 소리가 큰 것을 {loud}라고 하지만, 한국어로는 그저 “크다”라는 단어 뜻의 일부일 뿐입니다. 

반대로, 한국어는 {두껍다}와 {굵다}를 구분하지만, 영어로는 둘 다 {thick}일 뿐입니다. {늙었다}와 {낡았다}도 영어로는 둘 다 {old}입니다. 횟수와 시간도 둘 다 {time}이라는 한 단어죠. 

프랑스어는 마을과 도시를 구분 짓는 단어가 없고, 러시아어는 손/팔과 발/다리를 구분 짓지 않으며, 영어는 증거, 표지, 표시, 계시가 다 같은 단어입니다. 

{가다}/{걷다}/{떠나다}/{여행을 하다}의 구분이 한국어와 같지 않은 언어도 있고, 한국어로는 다 {말하다}지만, 영어로는 {talk}(가볍게, 청자의 유무와 상관없이 말하다, 자동사), {speak}(간접적인 말하기, 자/타동사), {say}(조심히, 정보를 전달하며 말하다, 정보를 목적어로 삼는 타동사), {tell}(조심히, 직접적이고 정보가 담긴 말하기, 이중타동사)의 4가지 구분이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유명하게도, {love}와 {like}, {사랑하다}와 {좋아하다}의 차이가 있습니다. 만약 애호도를 일직선상에 놓고, {사랑하다}가 오른쪽 끝이라면, 거기부터 왼쪽으로 떨어진 곳까지 포괄하는 것이 {love}, {love}와 겹치지만 {사랑하다}와는 안 겹치는 것이 {좋아하다}, 그리고 {좋아하다}와 겹치지만 {love}와는 안 겹치는 것이 {like}로, 두 언어 사이의 차이가 있죠. 

이렇듯 언어마다 각 단어의 의미 범위가 차이 나기도 한답니다. 이런 점을 피하려고 해도 되고 안 해도 됩니다. 물론, 한국어의 모든 단어에 1대1 대응한다면 그건 진짜 새로운 언어를 창조한 것이라고 보기엔 좀 힘들긴 하겠지만요. 피하려고 노력하더라도, 한국어를 말하고, 뇌에서 한국어로 생각한다면 한국어의 단어 범위를 벗어나긴 힘듭니다. 하지만 이런 힘듦을 넘어야 독창적인 언어를 만들 수 있죠. 

이번 장은 오랜만에 가벼웠는데요, 이걸로 이만 마치고 다음 장, 「언어와 표기」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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