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를 글로
저번 장에서는 그릇에 대한 전반적인 개념을 알아봤습니다. 이번 장에서는 그 그릇을 어떻게 나타내는지 알아보겠습니다. 기호를 알아야, 용어를 알아야 다른 자료를 잘 찾아볼 수 있으니까요. 먼저 모음에 대해 알아볼까요?
모음(홀소리)은 「성대의 진동을 받은 소리가 목, 입, 코를 거쳐 나오면서, 그 통로가 좁아지거나 완전히 막히거나 하는 따위의 장애를 받지 않고 나는 소리」(표준국어대사전)나, 「음절의 핵을 이루는 소리」(음운론적 정의)입니다. 친근하게는 한국어의 중성, 즉 ㅏ ㅐ ㅑ ㅒ ㅓ ㅔ ㅕ ㅖ ㅗ ㅘ ㅙ ㅚ ㅛ ㅜ ㅝ ㅞ ㅟ ㅠ ㅡ ㅢ ㅣ가 있죠. 모음이라는 이름은 후자의 정의에 따라 음절의 어머니 같다고 붙여졌습니다. 영어 명칭 vowel은 “소리 남”이라는 뜻의 라틴어 vōcālis에서 왔죠.
모음을 소리내기 위해서는 입을 벌리고, 폐에서 공기를 내쉬며 성대를 울리면 됩니다. 방금 소리 낸 모음과 다른 모음을 내기 위해서는 입의 모양과 혀의 위치를 다르게 하면 되죠. 간단하죠? 농담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아무렇게나 소리를 내도 모음이 된다는 것은 중요한 특징이기도 하죠.
(아래 내용을 읽기 전 국제 음성 협회의 문서를 번역한 이 문서를 옆에 펴고 같이 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또한, 바로 바로 들으면서 이 기호의 소리를 알고 싶으시면 여기에서 각 기호의 발음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그럼 모음을 정밀하게 분류해 봅시다. 전통적으로, 모음은 다음의 세 기준에 따라 분류합니다.
1. 혀가 올라간 방향
2. 입술의 모양
3. 입을 벌린 정도
예를 들어, 전설 평순 고모음(한국어의 [ㅣ]소리)은
1. 혀가 앞으로 올라갔고,
2. 입술이 평평하며,
3. 입을 가장 덜 벌린 소리입니다.
각 기준을 자세히 알아보죠.
혀가 올라간 방향에 따라 앞에서 뒤로 전설, 근전설, 중설, 근후설, 후설이라는 이름을 붙입니다. ㅣ에서 ㅡ로 서서히 혀를 움직여 보세요!
입술의 모양에 따라 입술이 평평하면 평순, 둥글면 원순으로 분류합니다. ㅡ와 ㅜ를 각각 소리 내며 입술의 모양을 느껴보세요!
입을 벌린 정도에 따라 조금 벌린 것에서 크게 벌린 순으로 고, 근고, 중고, 중, 중저, 근저, 저라는 이름을 붙입니다. ㅣ에서 ㅏ로 서서히 입을 벌려 보세요! 참고로, 한국어 명칭은 턱이 위에 있냐 아래에 있냐를 의미합니다. 영어 명칭은 고와 저가 각각 close(닫힌, 폐)에서 open(열린, 개)입니다.
모음의 이름은 인자의 순서대로 붙입니다. 앞서 등장한 전설 평순 고모음처럼 말이죠. 영어의 경우 동일한 소리가 close front unrounded vowel로, 이름의 순서가 3, 1, 2 순인 걸 알 수 있습니다.
모음을 발음할 때 저 세 가지 기준만 신경 쓰면 되는 건 아닙니다. 그러나 다른 기준들은 부가적이라고 여겨지기 때문에, 이 세 가지만 알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각 모음의 기호를 볼까요? 나무위키 “모음” 문서나 위키백과 “모음” 문서에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포스타입은 표를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억지로 정갈하지 않게 표시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위 두 문서를 참고하시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다음은 자음입니다.
자음(닿소리)는 「목, 입, 혀 따위의 발음 기관에 의해 구강 통로가 좁아지거나 완전히 막히는 따위의 장애를 받으며 나는 소리」(표준국어대사전)나, 「성도(즉, 입술에서 성대)의 완전, 혹은 부분적 막힘이 동반되는 소리」(음운론적 정의)로 정의됩니다. 자음이라는 이름은 “음절의 어머니”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아들 같다고 붙여졌죠. 영어 명칭 consonant는 “함께 소리 남”이라는 뜻의 라틴어 cōnsonāns에서 왔습니다.
자음을 소리내기 위해서는 먼저 아무 모음이나 발음해야 합니다. 그 소리를 쭉 내고 있으세요. 혀나, 입술, 이, 잇몸, 목젖, 성대 등 뭐든, 어디든 공기의 흐름을 막은 다음, 곧바로 터트립시다. 방금은 낸 자음은 자음을 만들 수 있는 25가지 방법 중 하나, 폐에서 나오는 공기의 흐름을 막았다 터트리기입니다. 공기의 흐름을 막은 위치에 따라 자음이 소리 나는 13곳 중 한 곳의 소리를 내는 것에도 성공했죠. 마지막으로, 흐름을 터트릴 때 성대를 울렸는지에 따라 둘 중 한 소리를 냈습니다. 깨달으셨겠지만, 자음은 650개나 있습니다(물론 사실은 아닙니다). 어렵겠죠?
모음처럼, 자음은 세 기준를 바탕으로 분류합니다.
1. 성대의 울림
2. 조음 위치(소리가 나는 위치)
3. 조음 방법(소리를 만드는 방법)
예를 들어, 무성 양순 파열음(한국어의 [ㅂ]소리)은
1. 성대를 안 울리고,
2. 소리가 입술에서 나며,
3. 폐에서 나온 공기의 흐름을 막았다 터트린 소리입니다.
각 기준을 자세히 알아보죠.
성대가 울리냐 울리지 않냐를 두고 유성음, 무성음으로 분류합니다. 한국어 화자는 두 소리를 구분하기 힘들어하지만, [고고하다]의 첫 번째 [ㄱ]과 두 번째 [ㄱ]을 유심히 비교해 보세요. 첫 번째 [ㄱ]은 성대가 울리지 않고, 두 번째 [ㄱ]은 성대가 울린답니다. 일본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등의 언어가 유창하다면 해당 언어의 [k]와 [g]를 소리 내보세요. 성대의 차이가 느껴지시나요?
조음 위치, 즉 자음이 소리 나는 곳을 두고 성도 바깥쪽에서 안쪽 순서로,
- 양순음,
(입술과 입술이 만나 나는 소리) - 순치음,
(입술과 이가 만나 나는 소리) - 설순음,
(혀끝과 입술이 만나 나는 소리) - 치음,
(이와 혀끝이 만나 나는 소리) - 치경음,
(잇몸과 혀끝이 만나 나는 소리) - 후치경음,
(잇몸보다 약간 뒤와 혀끝이 만나 나는 소리) - 권설음,
(후치경음과 같지만 혀가 조금 말려/들어 올려져 만나 나는 소리) - 치경구개음,
(잇몸과 혀끝, 센입천장과 혓바닥 모두가 만나 나는 소리) - 경구개음,
(센입천장, 즉 입천장의 중간의 딱딱한 부분과 혓바닥이 만나 나는 소리) - 연구개음,
(여린입천장, 즉 입천장 뒤의 연한 부분과 혓바닥이 만나 나는 소리) - 구개수음,
(목젖과 혀뿌리가 만나 나는 소리) - 인두음,
(목구멍과 혀뿌리가 만나 나는 소리) - 성문음
(성대와 성대가 만나 나는 소리) - 그리고 특이한 경우로 두 조음 위치에서 동시에 소리가 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를 이중조음이라고 합니다.
로 분류합니다. [ㅂ], [ㄷ], [ㄱ], [ㅎ]을 차례대로 발음해 봅시다. 소리가 나는 위치가 점점 안쪽으로 이동하는 것이 느껴지시나요? 각각 양순음, 치경음, 연구개음, 성문음입니다.
조음 방법, 즉 자음을 소리내는 방법을 두고 다음과 같이 나눕니다. 순서는 약간의 논리가 있기는 하지만, 관습적이라고 생각하시는 것이 편합니다.
- 비음
(코로 기류, 즉 공기의 흐름이 빠져나가는 소리) - 파열음
(기류를 순간적으로 막았다 터트리는 소리) - 치찰 파찰음
(기류를 순간적으로 막았다가, 이 사이로 살살 빠져나가는 소리) - 비치찰 파찰음
(기류를 순간적으로 막았다가, 이 사이가 아닌, 입 가운데로 살살 빠져나가는 소리) - 치찰 마찰음
(기류를 이 사이로 살살 빠져나가는 소리) - 비치찰 마찰음
(기류를 이 사이가 아닌, 입 가운데로 살살 빠져나가는 소리) - 접근음
(기류를 조금만 막아 빠져나가는 소리) - 탄음
(기류를 조금 막자마자 빠르게 빠져나가는 소리) - 전동음
(두 조음 기관을 빠르게 떠는 소리) - 설측 파찰음
(혀 양옆으로 기류가 나가게 한 파찰음) - 설측 마찰음
(혀 양옆으로 기류가 나가게 한 마찰음) - 설측 접근음
(혀 양옆으로 기류가 나가게 한 접근음) - 설측 탄음
(혀 양옆으로 기류가 나가게 한 탄음)
위의 조음 방법은 폐기류음(폐소리, 폐장기류음, pulmonic)이라고 합니다. 바람을 만드는 기관(소리의 에너지원)이 폐이기 때문이죠. 물론, 폐에서 바람을 내보내는 것이 아니라 폐에서 바람을 들이마시며 자음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매우 고통스럽기에 실제로 쓰는 언어는 없지만요. 내쉬는 소리를 호기음(날숨 소리, egressive)이라고 합니다. 들이쉬면서 소리를 내면 흡기음(들숨 소리, ingressive)이라고 합니다. 폐흡기음은 없지만, 다른 기관을 사용한 흡기음이 있죠. 그러니 폐가 아닌, 다른 기류기제airstream mechanism, 즉 바람을 만드는 방법을 알아봅시다!
성문기류음(목소리, glottalic)은 입 안에 갇혀있는 공기를 성문을 이용해 밀고 당기는 소리입니다. 성문이란 기관이 익숙하지 않으실 수도 있지만, 성대 사이의 틈을 말합니다. 성대를 닫은 채로, 후두(목에 툭 튀어나온 부분 안에 있는 기관)을 위아래로 움직이면 이 소리를 낼 수 있죠.
설기류음(입안소리, lingual, velaric)은 혀를 움직여 입 안의 공기의 압력을 바꿔 공기를 밀고 당겨 내는 소리입니다. 이건 이해하기 더 쉽죠.
이론상 폐, 성문, 설의 세 기관에서 들이쉬거나 내쉬는 두 방법이 있으니 총 여섯 소리가 있겠지만, 위에서 말한 것처럼 구조상의 문제로 발음하기 힘든 방법이 둘 있습니다. 폐흡기음과 설호기음이죠. 폐호기음, 성문호기음, 성문흡기음, 설흡기음은 실제로 쓰는 언어들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기류기제를 쓰지 않는 소리인 충돌음입이다. 충돌음은 두 기관을 말 그대로 충돌시켜 내는 소리죠. 예컨대 이를 딱딱거리는 소리 같은 것입니다.
폐호기음은 위에서 언급한 13조음 방법이 모두 가능하고, 나머지는 아래의 제한된 조음 방법만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폐호기음이 가장 흔한 기류기제이기 때문에, 보통 폐호기음이란 소리는 생략하죠. 그리고 성문호기음은 방출음이라고, 설흡기음은 흡착음이라고, 성문흡기음은 내파음이라고 줄여부른답니다.
- 방출음
(성문호기음인 파열음) - 방출 파찰음
(성문호기음인 파찰음) - 방출 마찰음(성문호기음인 마찰음)
- 설측 방츨 파찰음
(성문호기음인 설측 파찰음) - 설측 방출 마찰음
(성문호기음인 설측 마찰음) - 흡착음
(성문흡기음인 파열음) - 비음화 흡착음
(코로 공기를 통하게 하는 흡착음) - 선비음화 흡착음
(미리 코로 공기를 통하게 하는 흡착음) - 성문음화 흡착음
(성문을 닫은 뒤 내는 흡착음) - 폐기류 흡착음
(뒤에 폐호기음을 이어서 내는 흡착음) - 방출 흡착음
(흡착음 뒤에 방출음을 이어서 내는 흡착음) - 내파음
(설흡기음이되 파열음이다.)
이상의 조음 방법은 드물기 때문에 굳이 다 발음하거나 외우려고 할 필요는 없습니다.
대신, 한국어의 조음 방법들을 봅시다! [ㄴ]은 비음, [ㄷ]는 파열음, [ㅅ]는 마찰음, [ㄹ]는 때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탄음이나 설측 접근음, 반모음ㅣ는 접근음, [ㅈ]는 파찰음이죠.
그럼 자음의 이름은 어떻게 붙일까요? 역시 모음처럼 기준을 순서대로 붙입니다. 기류기제를 적어야 할 경우 기류기제를 세 번째 기준, 즉 조음 방법 바로 전에 적으면 됩니다(‘설측’이란 단어는 조음 방법이나 조음 위치 뒤에 적으면 됩니다). 다행히도 자음의 이름은 한국어와 영어에서 순서가 똑같네요. 다만, 이름을 줄여 부르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알아두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비음, 접근음, 탄음, 전동음의 경우 대부분의 언어에서 유성으로만 발견되고, 접근음 같은 경우 무성 접근음의 존재 자체가 논란이 되는 만큼, 이들 4조음방법은 유성이라는 것을 전제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름을 적을 때도 유성이라는 말을 자주 생략하죠.
그럼 각 모음의 기호를 볼까요? 나무위키 “자음” 문서나 위키백과 “자음” 문서에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역시 표가 없으니 위 두 문서를 참고하시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보조 기호입니다.
보조 기호는 일종의 덧붙이기 개념입니다. 한국어의 예시를 들자면, 한국어의 /ㅗ/와 /ㅓ/의 차이는 입을 오므리느냐/오므리지 않느냐(원순/평순)의 차이만 있습니다. 그러면 당연히 /ㅓ/는 입을 최대한 편 소리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완전히 핀 것과 비교하면 약간 오므린 소리가 납니다. 이 사실은 영어의 /ㅓ/소리와 비교하면 느끼실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완전히 핀 소리인 [ʌ]가 아닌, 살짝 원순화된 [ʌ̹]랍니다.
또한, 한국어의 파열음, 예컨대 ㄱ을 보자면, ㄱ, ㄲ, ㅋ의 세 소리가 있죠(예사소리, 된소리, 거센소리). 기본적인 소리 ㄱ(k)에 기호를 덧붙여(◌˭나 ◌ʰ) 각 소리의 성격을 나타낸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k˭/k͈나 kʰ). 더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모든 소리에 제각기 다른 기호를 할당할 수는 없으니, 기존에 있는 기호에다가 다른 기호를 더해 쓴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악보의 샵♯이나 플랫♭처럼, 기본음에 더해 소리를 바꾸는 것이 보조 기호입니다. 만약 일본어를 조금 하신다면, 탁점과 비슷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カ에 탁점゛을 붙여 ガ가 되면 소리가 [까][kä]에서 [가][gä]로 되는 것처럼요. 보조 기호를 쓰실 일은 많이 없겠지만, 그냥 단순히 소리를 변형하라는 지시라고만 생각하고 더 부담 갖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국제 음성 기호, 아! 저희가 여태까지 배운 것이 국제 음성 기호랍니다! 국제 음성 협회에서 소리를 적기 위해 만든 문자죠. 그래서, 국제 음성 기호의 목적은 ‘전설 평순 고모음’이나 ‘유성 설측 치경 접근음’처럼 길고 귀찮게 쓰는 것 대신 [i]이나 [l]처럼 한 글자로 줄여 쓰는 것에 있습니다. 그러니 힘들게 국제음성기호 표(이것이요)에 있는 모든 문자를 외울 필요는 없습니다. 대신, 이 문자 표 어디에 있는지를 보고, 바로 어떤 소리인지 감을 잡을 수 있으면 되죠. 거기다가, 실제로 국제 음성 기호를 컴퓨터로 입력하기엔 귀찮으니, 그냥 비슷하게 생긴 다른 기호로 대체해도 상관 없습니다! 어차피 혼자 보는 건데요 뭐. 그러니 굳이 문자 자체에 압박감을 느끼지 마시고, 모음을 분류하는 기준, 자음을 분류하는 기준, 그리고 보조 기호만 알아두시면 좋겠습니다.
그럼 이것으로 이번 장을 마치고, 다음 장, 「언어와 음소」에서 뵙기 전에! 국제음성기호의 소리를 좀 더 익숙하게 하기 위해 한국어를 국제음성기호로 적어보는 활동인 「한국어의 음소」 팸플릿을 보시라고 준비해 두었으니 한 번 읽어 보셨으면 합니다!
아래의 내용은 덤입니다. 알면 좋고, 모르면 몰라도 되는, 창언창안의 보너스 지식이죠!
모음 공간vowel space은 모음을 분류하는 다른 방법으로, 음성학과 기술의 발전으로 가능해졌습니다.
관측 결과에 따르면, 인간의 모음은 n개의 진동수가 모여 만들어진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 관측 결과에 따라 가장 주된 기준이 되는 두 진동수를 낮은 것부터 각각 F1, F2이라고 정의하게 되었습니다.
F1은 입이 벌어진 정도에 대응하는 진동수로, 입이 벌어질수록 높아집니다. 평균적으로 (남성 기준) 가장 입이 안 벌어진 i의 경우 240Hz의 진동수(대략 B3, 낮은 시)이고, 가장 입이 벌어진 a의 경우 850Hz의 진동수(대략 G#5, 높은 솔 샵)이죠.
F2는 혀의 방향성에 대응하는 진동수로, 혀가 앞으로 갈수록 높아집니다. 평균적으로 (남성 기준) 가장 혀가 앞으로 간 i의 경우 2400Hz(D7, 세 옥타브 위 레)이고, 가장 혀가 뒤로 간 u의 경우 595Hz(D5, 높은 레)이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두 음을 동시에 내는 도구, 즉 악기가 있으면 인간의 모음을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다. 예를 들어, 피아노로 B3와 D7을 동시에 치면 i에 근접한 소리를 낼 수 있고, 바이올린으로 F5와 G#5를 동시에 내면 a에 근접한 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물론, 인간의 음색은 톱니파로 이루어져있기 때문에 악기들의 사인파로는 어색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1780년에 파이프 오르간에 특수하게 생긴 금속 상자를 꽂아 라틴어의 다섯 모음, [아에이오우]를 발음하게 했던 예시와 1961년에 IBM 7094에서 구동한 MUSIC-N을 보면 인간의 발성기관도 그저 고도로 정교화된 악기라는 것을 알 수 있죠.
모음 공간을 사용하면 국제 음성 기호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답니다. 무슨 문제가 있냐고요? 가장 대표적인 문제는 저모음입니다. 저모음의 경우 전설과 후설 모음 사이의 차이가 잘 들리지 않습니다. 그러나, 표를 보면 전설 저모음과 후설 저모음은 완전히 다른 모음으로 표기되죠. 근저모음은 여기저기가 비어있고요. 이렇듯 저모음에서 완전히 무너져 내리는 체계와, 여러 비합리성(예컨대 혀가 실제로 앞뒤로 움직이는 것이 아닌 연장/수축된다는 사실)이 있습니다.
모음 공간을 봅시다. 저모음은 F1이 너무 높아(u의 F2와 비교해 보세요) F1이 F2를 끌어당기는 효과가 납니다. 이 때문에 F2는 거의 F1과 동일한 진동수에 고정되는 결과가 나오죠. 때문에 모음사각도가 모음삼각도로 대체되게 됩니다. 또 모음사각도의 재밌는 성질도 알 수 있습니다. 입술이 둥글어지면 F2가 약간 낮아지는 효과가 납니다. 따라서, 왼쪽으로 갈수록 혀가 앞으로 가는 것이 아닌 F2가 높아지는 것으로 해석하면 원순 모음이 같은 위치의 평순 모음보다 오른쪽에 위치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게 되죠!(물론 실제로 이래서 오른쪽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요)
그렇다면 왜 아직도 모음사각도와 국제음성기호를 고치지 않고 그대로 쓰고 있을까요? 관습이라서 그렇습니다. 어차피 이 문제는 국제음성기호가 제정될 때부터 제기된 건데다, 그때부터 저모음을 한 기호로만(보통 쓰기 편한 a) 쓰는 언어학자들이 있었기 때문에, 관습적으로 그래 왔기 때문일 뿐입니다.
F1과 F2 외에도 F3와 그 이상의 F들이 있지만, 대개는 F2까지만, 가끔 F3까지만 쓰입니다. 대부분의 언어에서 F1과 F2까지만 가지고 음운을 구별하기 때문이죠. 물론 미국, 캐나다,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영어같이 F3까지 써 모음을 구별하는 언어가 있긴 합니다. F3는 대개 혀의 형태에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만 알아두세요. 미국 영어의 혀 꼬는 발음 [er] 발음의 /r/이 F3의 예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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