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한 가능성
통통사론은 말 그대로 통사에 관한 학문입니다. 간단하죠? 농담은 넣어두고, 진짜로 통사론이 무엇을 하는 학문인지 알아봅시다. 통사론의 다른 이름으로 “구문론”이 있습니다. 구문론이라는 이름이 더 이해하기 쉬운데요, 구문이라는 단어는 「글의 짜임」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는, 문장의 구조라고 이해해도 되죠. 즉, 통사론은 문장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한 학문이죠. 우리가 흔히 ‘문법’ 하면 생각나는 것들이죠. 하지만, 우리가 교육 과정에서 배운 국어 문법과는 약간 다르다는 것을 알아두시기 바랍니다. 그럼 곧바로 시작해보죠!
먼저 알아볼 개념은 머리입니다. 머리는 가장 중요한 것의 비유로 흔히 쓰이죠. 통사론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다음을 봅시다.
빨간 풍선 / 사과를 먹다 / 엄마의 가방 / 서울에서 온 사람 / 철수는 수영하지 않았다
‘빨간 풍선’은 풍선에 대한 말이죠. ‘사과를 먹다’는 무언가를 먹었다는 말이죠. ‘엄마의 가방’은 가방에 대한 말이죠. ‘서울에서 온 사람’은 사람에 대한 말이죠. ‘철수는 수영 하지 않았다’는 무언가를 안 했다는 말이죠. 각 경우에서 머리는 ‘풍선’, ‘먹다’, ‘가방’, ‘사람’, ‘않았다’입니다.
머리가 아닌 다른 부분은 ‘딸림’이라고 합시다. ‘빨간’ 무엇이 빨간데요? ‘사과를’ 사과를 어떻게 했는데요? ‘엄마의’ 엄마의 뭐요? ‘서울에서 온’ 뭐가요? ‘철수는 수영하지’ 수영하지’ 수영하지 뭐요? 이렇듯 딸림은 머리 없이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머리가 왜 중요한 걸까요? 그건 차차 알게 된답니다. 그럼 이건 넣어두고 다른 것을 볼까요?
먼저, 어순입니다. 흔히 언어를 분류할 때 가장 먼저 만나는 용어죠. 주어, 목적어, 서술어라는 용어가 기억나시나요? 쉽게 말해 서술어는 나타내는 말, 주어는 나타내지는 말, 목적어는 서술어가 작용하는 말입니다.
토끼가 뛰다 / 그가 사과를 먹다
왼쪽에서 ‘뛰다’는 나타내는 말이고, ‘토끼’는 나타내지는 말이죠. 오른쪽에서 ‘먹다’는 나타내는 말, ‘그’는 나타내지는 말, 그리고 ‘사과’는 서술어가 작용하는 말입니다.
주어subject는 S, 목적어object는 O, 서술어는 V로 나타낸답니다. 한국어는, 눈치채셨듯이 SOV 어순을 가지고 있죠. 영어는 SVO 어순의 대표 주자입니다. SOV와 SVO는 세계에서 가장 흔한 어순으로, 각각 전체 언어에서 40퍼센트 정도를 차치합니다. 다만, SOV가 더 많죠. 그다음으로 흔한 어순은 VSO와 VOS로, 둘 다 10퍼센트가 안 되지만 그래도 둘 중에서는 VSO가 훨씬 많습니다. OVS와 OSV는 각각 1퍼센트도 안 되고, OVS가 더 많긴 하지만 둘보다는 어순이 고정 안 된 언어가 훨씬 많답니다. 그러니 언어를 만드실 때는 SOV나 SVO 중 하나를 고르시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다음은 관형사와 명사입니다. 두 용어 모두 기억나시나요?
새 옷 / ropa nueva
‘옷’은 「몸을 싸서 가리거나 보호하기 위하여 피륙 따위로 만들어 입는 물건」이란 뜻의 명사이고, ‘새’는 그런 명사를 꾸미는(수식하는) 관형사입니다. 관형사와 명사의 순서도 언어마다 다르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대표적인 예시로 스페인어가 있습니다. ropa nueva에서 ropa는 ‘옷’, nueva는 ‘새’라는 뜻이죠.
부치사와 명사도 있습니다. 다음을 보죠.
하늘에서 내린 비가 물을 우리에게 가져다준다 / la pluie du ciel nous apporte de l’eau
‘에서’, ‘가’, ‘을’, ‘에게’는 모두 조사로, 다른 말과의 관계(주로 문법적)를 표시하는 말이죠. 다른 언어에도 비슷한 것들이 존재한답니다. 이들을 통틀어 부치사라고 부르고, 명사의 앞에 오면 전치사, 명사의 뒤에 오면 후치사라고 부른답니다. 한국어에는 후치사(조사)가 있죠. 프랑스어를 전치사의 예시로 들 수 있는데요, ‘하늘에서’가 ‘du ciel’로 바뀐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제 왜 머리에 관한 내용으로 이번 장을 시작했는지 감이 오셨나요?
서술어는 문장의 중심이 되니 머리고, 목적어는 서술어 없이는 존재할 수 없으니 딸림입니다.
관형사는 추가로 꾸며주는 것 뿐이니, 명사가 머리고, 관형사는 딸림입니다.
부치사는 명사에 붙어서만 존재할 수 있으니 명사가 머리, 부치사는 딸림일 거라 생각하시겠지만! 문법적 의미가 부치사에 달려있으므로 명사가 딸림, 부치사가 머리입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뭔가 이상하지 않았나요? 한국어는 꾸준히 머리가 끝에 온다는 것을 알아차리셨나요? 언어마다 머리를 항상 앞에 두기도 하고, 항상 뒤에 두기도 한답니다. 물론, 이런 정해진 방향이 없는 언어도 있죠. 하지만, 머리가 항상 앞/뒤에 온다는 것을 정해두면 나중에 까먹어도 다시 쉽게 기억해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그럼 본격적인 문법에 들어가기 앞서, 2막 5장에서 알아봤었던 용어들을 다시 정의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주어와 서술어입니다. 이 둘은 문장의 뼈대를 이루죠. 목적어는 서술어의 딸림이지만, 주어는 그보다 중요하기에 서술어와 동등한 지위를 가지고 있죠. 물론, 여전히 문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서술어지만요.
서술어는 문장의 주인으로, 문장의 나머지 부분은 서술어와 논항, 부가어로 이루어져 있다고 해석할 정도로 서술어는 중요합니다. 논항은 뭐고 부가어는 뭐냐고요?
서술어는 스스로 존재할 수도 있지만, 거의 모든 경우 다른 문장 성분들을 필요로 합니다. 이때, 필요로 하는 문장 성분의 개수를 (서술어의) 자릿수라고 하죠.
- 0 자릿수(비인칭) 서술어: (비가) 내리다.
- 1 자릿수(자) 서술어: 고양이가 잔다.
- 2 자릿수(타) 서술어: 개미가 사과를 먹는다.
- 3 자릿수(이중타) 서술어: 내가 개미에게 사과를 주다.
- 4자릿수(삼중타) 서술어: 내가 개미에게 고양이한테 사과를 주게 했다.
이때 필요로 하는 문장 성분을 논항이라고 합니다. 굳이 필요 없는 문장 성분을 부가어라고 하죠. “자다”라는 자동사는 주어만 필요합니다. “먹다”라는 타동사를 보면 주어와 목적어라는 논항을 필요로 합니다. 만약 문장이 ‘낮에 뒷마당에서 개미가 사과를 먹었다’에서, ‘낮에’와 ‘뒷마당에서’는 모두 부가어입니다. “주다”라는 이중타동사도 봅시다. “주다”는 주어와 목적어와 필수적 부사어라는 논항을 필요로 합니다? 아니, 도대체 필수적 부사어는 뭐죠?
필수적 부사어는 한국어 문법에서만 쓰이는 말이고, 따져보면 모두 서술어의 딸림이기 때문에 목적어로 보는 것이 맞습니다. 아니, 그러면 목적어가 여러 개라고요? 네, 목적어가 여러 개일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대게 목적어에 번호를 붙이거나 직접/간접 목적어라고 한답니다. 그럼 왜 목적어면서 조사가 “을/를”이 아닌 다른 조사가 붙는 거죠? 아, 그건 간단하죠. 바로 “을/를”이 의미하는 것은 목적어가 아니라, 대격이기 때문입니다. 달리 말하면, 타동사의 목적어나 이중타동사의 직접(1)목적어를 의미한다는 것이죠. 그럼 다른 것들은요? “에게”는 여격, “에, 에서”는 처격, “에게서, 로부터”은 탈격, “로”는 향격 “로써”는 조격, “와/과”는 공동격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격들이 다 뭐냐고요? 다음 장에서 다룰 예정이니, 지금은 ‘그런 게 있구나’ 정도로만 알아두고 넘어가죠.
다른 문장 성분들은 딱히 다시 다룰 이유가 없으니 품사로 넘어가죠!
명사, 대명사, 수사, 관형사, 부사, 조사, 감탄사는 다시 다룰 이유가 없지만, 꼭 다시 다뤄야 할 것이 남아있습니다. 바로 동사와 형용사입니다. 한국어에서 형용사는 동사처럼 행동하며, 서술어의 역할을 합니다. 그럼 왜 동사와 형용사를 구분하죠? 아니, 애초에 동사와 형용사를 구분하는 게 어려워서 시험에 나올 정도라면 나눌 이유가 뭐죠? 형용사는 단지 정적인 동사일 뿐입니다. 한 순간의 상태를 나타내기 때문에 동작(동작이 진행되는 기간이 전제됨)을 나타내는 동사와는 다르게 활용하는 부분이 있을 뿐, 동사와 다를 것이 하등 없지요. 일본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본어 문법을 아신다면 형용사(い형용사)와 형용동사(な형용사)로 형용사가 나뉜다는 것을 아실 텐데요, 사실 형용동사는 형태가 바뀐 명사이고, 형용사는 한국어처럼 상태를 나타내는 상태동사일 뿐입니다.
그에 비해 영어나 다른 언어에서 말하는 형용사는 한국어의 관형사와 역할이 완전히 같죠. 다음을 봅시다.
빠른 차 / fast car | 차가 빠르다 / the car is fast
왼쪽 글과 오른쪽 글은 완전히 뜻이 같습니다. ‘빠른 차’나, ‘차가 빠르다’나, 뜻은 같죠. 표현하는 방법이 다를 뿐이고요. ‘빠른’은 형용사동사인 ‘빠르다’가 바뀐 형태이고요. 영어의 경우, {빠르다}라는 뜻의 fast가 명사의 앞에 오면 다른 것이 필요 없는데, 명사의 뒤에 오기 위해서는 계사(연결하는 말)이 필요해 이걸 사용할 뿐입니다.
변화하지 않으면서, 명사를 수식하니 당연히 관형사네요. 그리고 기존까지 “형용사”라는 뜻으로 번역되던 adjective라는 단어는 뜻이 “관형사”가 되는 것이 맞고요. 그럼 형용사를 번역하면 뭐가 되죠? 형용사는 곧 상태 동사이니 stative verb/descriptive verb나, 관형사의 기능을 하는 동사라는 의미에서 관형 동사adjectival verb라고 불러도 되겠네요. 형용사라는 용어가 사라질 필요는 없지만, 이게 adjective와 같다는 인식은 사라져야 한답니다.
이걸로 통사의 기초를 익혔으니, 다음 장과 다다음 장에서는 연달아서 동사와 명사, 대명사를 집중적으로 파보겠습니다. 그럼 이번 장은 이걸로 마치고, 다음 장인 「언어와 동사」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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