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막 15장 ― 언어와 구문

문장을 쪼개보자

11장에서부터 14장까지, 4장을 거치면서 통사론의 각 부분을 하나하나 들여다봤습니다. 하지만, 너무 각 부분만 보니 하나의 문장으로 묶어내는 경험이 적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번 장에서는 더 큰 그림을 보고자 합니다. 

시작하기 전에, 이해를 돕기 위해 간단한 언어 하나를 만들고 시작하겠습니다. 10장에서 만들었던 그 언어를 봅시다. 두 번이나 쓴 언어니 이름을 지어주는 편이 좋겠군요. 갑자어, 아니 창창어라고 합시다. 창창어의 초기 모습(1번 변화를 겪은 직후)을 기준으로 이번 장을 진행해 보겠습니다. 

‘ma {땅} 
ma’lul {물} 
kes’pute {나무} 
ke’nilma {풀}
‘lul {별}
ju’sa {돌} 
nas’lo {사람}
mi’we {1인칭 대명사} 
so’te {2, 3인칭 대명사} 
‘sate {계사(~이다)} 
ki’sote {먹다} 
ma’nilte {잡다}
ma’keste {주다} 
‘poste {좋다} 
we’jute {나쁘다} 

이 목록은 소리를 IPA에 맞춰 그대로 쓴 것이니, 한글로 표기해 쓰기 편하게 바꿔봅시다. 하는 김에, 앞으로 요긴하게 쓸 몇 단어를 더해봅시다(아래는 그저 쓰기 편하게 바꾼 것이고, 한국어식으로 읽은 발음 그대로를 반영하지 않습니다. 즉, “낫로”는 [난노]가 아니라 [naslo/나슬로]로 읽어야 하고, “미로”는 [miɾo]가 아니라 [milo/밀로]로 읽어야 합니다). 

마 {땅} 
마룰 {물} 
켓푸테 {나무} 
케닐마 {풀} 
룰 {별} 
유사 {돌} 
낫로 {사람}
미웨 {1인칭 대명사}
소테 {2/3인칭 대명사} 
사테 {-이다} 
키소테 {먹다}
마닐테 {잡다}
마켓테 {주다}
폿테 {좋다}
웨유테 {나쁘다}
kes’wete -> 켓웨테 {받다}
sa’naste -> 사낫테 {보다}
‘pute -> 푸테 {앉다} 
sanas -> 사낫 {눈}
sotepu -> 소테푸 {내장}
lul’ju -> 룰유 {큰 것} 
so’ki -> 소키 {작은 것}
we’te -> 웨테 {부정}
so’sa -> 소사 {또, 다시}
milo -> 미로 {이/그/저}

가장 먼저 정해야 할 것은 11장에서 다룬 “머리”의 방향입니다. 한국어가 머리를 항상 뒤에 두는 언어니, 창창어는 머리를 항상 앞에 두는 언어로 하죠! 그러면, SVO 순서이고, 관형사가 명사 뒤에 오고, 부치사는 명사 앞에 오겠네요(+부치사가 전치사가 되겠네요). 그럼 문장 몇 개를 보기 전에! 한 가지 정의하고 넘어갑시다. 

구와 절, 그리고 문장의 차이입니다. 통사론에서 가장 작은 단위는 단어입니다. 물론 “무엇이 단어이냐”라는 질문은 미뤄두고, 띄어 쓰면 한 단어라고 합시다. 구는, 서술어(동사)를 포함하지 않는, 단어가 두 개 이상 모인 묶음을 의미합니다. “큰 배” 같은 것이 구입니다. 절은, 주어와 서술어를 포함하는, 단어가 두 개 이상 모인 묶음입니다. “다리가 무게를 못 버팀” 같은 것이 절입니다. 문장은, 마침표가 찍힌 단위입니다. 모호한 점이 많으니, 그냥 마침표로 구분되는 단위를 문장이라고 하겠습니다. 이런 분류가 필요한 이유는, 구나 절이 통째로 하나의 명사/동사 등으로 취급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우리는 너무나 당연하게 넘어가긴 하지만요. 

그럼 문장 몇 개를 볼까요? 

미웨 사낫테 룰 {나 보다 별 = 나는 별을 본다}
사낫 폿테 {눈 좋다 = 좋은 눈}
 소테푸 소키 {내장 작은 것 = 쓸개}
소테 푸테 유사 미웨 {그 앉다 돌 나 =그는 나의 돌에 앉는다}
소테 웨테 켓웨테 룰유 {그 아니 받다 큰 것 = 그는 큰 것을 못 받는다}
낫로 밀로 사테 유사 소다 {사람 이/그/저 -이다 돌 또 = 또한 이 사람은 돌이다}

그럼 가장 먼저, 12장에서 한 것들을 해볼 차례입니다. 먼저 시제를 정해보죠. 과거시제는 “마닐테”, 미래시제는 “사낫테”에서 유래했다고 합시다(의미 변화는 다음과 같습니다: {잡다} -> {가지다} -> {과거시제}, {보다} -> {기대하다} -> {미래시제}). 

미웨 마닐테 키소테 마룰 {나 잡다 먹다 물 = 나는 물을 마셨다}
마 사낫테 사테 유사 {땅 보다 -이다 돌 = 흙은 돌이 될 것이다}

상은 시제와 합쳐버립시다! 과거시제와 완망상을 합쳐 “과거 시상”이라고 하고, 비완망상인 과거시제는 따로 표시하지 않기로 하죠. 이러면 현재시제와 과거 비완망상을 구분할 수 없겠네요. 더 나아가서, 현재시제의 완망상을 과거 시상과 합쳐 버립시다. 이러면 완망상이면 현재/과거 구분 없이 “마닐테”, 비완망상이면 현재/과거 구분 없이 표시 없음, 미래시제에는 상 구분이 없고, 표시는 “사낫테”가 되겠네요. 

마닐테 키소테 {먹었다/먹었었다}
키소테 {먹는다/먹고 있었다}
사낫테 키소테 {먹을 것이다/먹고 있을 것이다}

태의 경우 평범하게 “켓웨테”를 수동태로, “마켓테”를 사동태로 씁시다. 

서법은 소원법과 명령법만 추가해 봅시다. 소원법은 미래시제와 똑같이 “사낫테”를 쓰고, 명령법은 “소사”를 동사의 에 붙이는 것으로 합시다. 이유를 만들어 보자면, 동사를 꾸미는 것으로 여겼기 때문이라고 하죠. 그러면 결과적으로 “사낫테”의 의미가 {보다/미래시제(완망, 비완망)/소원법}이 되겠네요. 

사낫테 키소테 {먹을 것이다/먹은 채로 있을 것이다/먹고 싶다}

그리고 13장의 내용을 해봅시다. 성은 까다로우니, 성 대신 훨씬 직관적인 구조를 채용합시다. 명사를 크게 두 개로 나눠, “남성” 명사와 “여성” 명사로 나누지만, 기준을 단순하게 “공명도가 낮음/높음”으로 해서 다음의 분류를 만들어 봅시다. 

  • 남성 명사: i, u, l, s로 끝나는 명사
    • 마룰, 룰, 사낫, 소테푸, 룰유, 소키
  • 여성 명사: a, e, o로 끝나는 명사
    • 마, 켓푸테, 케닐마, 유사, 낫로, 미웨, 소테

이 경우에는 “미웨”, “소테”에 대응하는 남성 명사를 새로 만들어줘야겠죠? 그러니 “미웰”과 “소텔”를 추가합시다. 그리고, 사람이 아닌 것을 “소테”로 지칭할 때는 기본형이 “소테”였으니 소테를 쓰는 것으로 합시다. 

미웨 {1인칭 여성 대명사}
미웰 {1인칭 남성 대명사}
소테 {2/3인칭 여성/무성 대명사}
소텔 {2/3인칭 남성 대명사}

수의 경우, 간단하고 재밌는 구조를 채용합시다. 마지막 음절을 반복하는 것으로 복수를 나타내는 것이죠. 하지만 이 방법은 힘드니, 수를 한국어와 같은 분류인 부정수와 복수의 분류로 합시다(발음의 편의를 의해, 반복된 음절은 말음을 탈락시키는 것으로 합시다). 

마 {땅(들)}, 마마 {땅들/흙들}
마룰 {물(들)}, 마루룰 {물들/강들}
켓푸테 {나무(들)}, 켓푸테테 {나무들}
케닐마 {풀(들)}, 케닐마마 {풀들}
룰 {별(들)}, 루룰{별들}
유사 {돌(들)}, 유사사{돌들}
낫로 {사람(들)}, 낫로로{사람들}
미웨 {1인칭 여성 단/복수 대명사}, 미웨웨 {1인칭 여성 복수 대명사}
미웰 {1인칭 남성 단/복수 대명사}, 미웨웰 {1인칭 남성 복수 대명사}
소테 {2/3인칭 여성/무성 단/복수 대명사}, 소테테 {2/3인칭 여성/무성 복수 대명사}
소텔 {2/3인칭 남성 단/복수 대명사}, 소테텔 {2/3인칭 남성 복수 대명사}
사낫 {얼굴(들)}, 사나낫 {얼굴들}
소테푸 {내장(들)}, 소테푸푸 {내장들}
룰유 {큰 것(들)}, 룰유유 {큰 것들} 
소키 {작은 것(들)}, 소키키 {작은 것들}

격의 경우, 너무 많이 만들지는 말고, 적당히 네 개만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격 위계를 참고해서, 
주격, 대격, 여격, 처격을 만듭시다(속격은 위치로 나타내는 것으로 합시다). 

주격은 따로 표시하지 않고, 대격은 “소테푸”를 앞에 더해, 여격은 “사낫”을 앞에 더해, 처격은 “마”를 앞에 더해 표시하도록 합시다(의미 변화는 다음과 같습니다: {내장} -> {속/안} -> {대격}, {눈} -> {방향} -> {여격}, {땅} -> {장소} -> {처격}). 문장을 몇 개 볼까요? 

마 마룰 미웨 마닐테 마켓테 소테푸 케닐마 마룰 사낫 소텔
{땅 물 미웨 잡다 주다 내장 풀 물 눈 소텔}
{강에서 내가 물풀을 그에게 주었다}
= {강에서 내가 그에게 물풀의 내장(즙) 많이 잡아주다}

중의성이 심해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한 단어가 여러 뜻을 가지게 되었기 때문이죠. 이는 문법적 요소로 쓰이는 단어들이 점차 탈색되고 다른 단어들한테 원래 의미를 빼앗기며 해결될 겁니다. 언어는 그렇게 진화해 왔으니까요. 물론, 그러면 문법적인 요소들도 달라지겠죠. 초기 언어에서 이런 중의성을 해결할 수 있는 한 방법은 모든 문법 요소를 모두 표시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다른 방향으로 해석하기 많이 힘들어지기 때문이죠. 

그럼 이것으로 길고 길었던 5장 분량의 통사론 부분을 마치고, 다음 장부터는 의미론/화용론에 대해서 다루는 것이 아닌, 어휘를 중심으로 다룰 예정입니다. 어휘의 진화에는 의미론이 많이 들어있기 때문이죠. 의미론은 여태까지도 알음알음 많이 다뤘었고요. 화용론은 굳이 다루지 않아도, 한국어의 화용론이 뇌에 들어있는 상태로 창작 활동을 하신다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화용론에 대해 따로 알아보고 싶으시다면, “화용론”이나 “언어철학”을 시작으로 인터넷을 탐방해 보시기 바랍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따로 다뤄보기로 하죠. 

그럼 이번 장을 마치고 다음 장, 언어와 어휘로 만나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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