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리함이 최고!
2막 10장에서 시간에 흐르면서 언어의 소리가 어떻게 변할 수 있는지, 그걸로 새로운 단어를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 알아봤습니다. 2막 15장에서는 언어의 문법이 어떻게 탄생하는지 알아봤습니다. 이제는 둘을 합쳐 언어가 어떻게 진화하는지 알아볼 차례지만, 그런 걸 적기 위해서는 창창어를 많이 적어야 합니다.
문제는 IPA나, 한국어로 작업하는 경우 로마자를 적는 것이 귀찮다는 것이죠. 그러니, 어떻게 하면 창작 언어를 작업할 때 편하게 작업할 수 있는지, 표기법을 먼저 다뤄보고자 합니다.
첫 번째로, 이전 장에서 요긴하게 쓰였을 표기법을 소개하겠습니다. 바로 “음운 규칙”입니다. 제가 “7. 모음과 모음 사이의, 또는 유성음과 모음 사이의 무성 자음은 유성 자음으로 변한다.”라고 적던 것이죠. 이렇게 풀어 쓰면 너무나 기니, 마치 수학식처럼 문장을 공식으로 바꿔봅시다.
8―1. du를 zu로 바꾼다.
d / z / _u
[+유성][+치경][+파열] / [+마찰] / ___[+모음][+후설][+고]
세 규칙은 모두 동일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첫 줄의 문장은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죠. 둘째 줄의 규칙부터 봅시다. 빗금으로 나뉜 세 부분이 있는 게 보이시나요?
맨 왼쪽은 변화하는 것입니다. 이 규칙의 경우, d가 z로 바뀌니, d가 오는 것이죠.
가운데는 변화의 결과입니다. d가 z로 변했으니, z를 적어줘야겠죠.
맨 오른쪽은 변화의 조건입니다. 이 규칙의 경우, d 뒤에 u가 왔을 때 일어나는 변화니, u를 적어줍니다. 그리고, 변화하는 것이 와야 할 자리를 언더바_로 적어줍니다.
맨 아래의 규칙은 두 번째 줄과 동일한 방식으로 적혔습니다. 단지, d, z, u를 기호 그대로 적는 것이 아니라, 성질을 대신 적어준 거죠(변화 전후로 변하지 않는 성질은 생략합니다). 왜 굳이 저렇게 적는 거냐고요? 다음 예시를 보면 알 수 있답니다.
7. 모음과 모음 사이의, 또는 유성음과 모음 사이의 무성 자음은 유성 자음으로 변한다
T > D / B_B
[-유성] / [+유성] > [+유성]___[+유성]
세 줄은 모두 같은 걸 설명하고 있죠. 첫 줄은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으니, 다음 줄을 봅시다.
T, D, B는 약자입니다. T는 무성 자음을 의미하고, D는 유성 자음을 나타내고, B는 유성음을 의미하는 기호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모든 모음은 기본적으로 유성음입니다). 즉, 이런 약자를 사용해 기호를 표기할 수 있죠. 또, 첫 번째 빗금을 홑화살괄호>로 바꿨습니다. 이러면 이해하기 쉬워질 수도 있죠. 취향에 맞춰서 /와 > 중 원하시는 것을 쓰시면 됩니다.
마지막 방법은 짧아졌습니다! 창창어의 음절 구조에 따르면 저렇게만 적어도 이 변화를 의미할 수 있기 때문이죠. 창창어에서 [-유성], 즉 무성음은 무성 자음밖에 없으니, [+자음]이라는 표기는 생략할 수 있는 것입니다. 마지막 방법의 또 다른 장점은 별다른 기호를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입니다.
한번에 여러 음소를 변화시키는 경우에는 어떡해야 할까요?
8―2. 마지막 음절이 개음절이고 두성이 무성 파열음이면, 모음이 사라지고 파열음이 불파음으로 바뀐다
V > / K_#
K > K’ / _#
(V는 모음, K는 무성 파열음, K’는 무성 불파 파열음)
[+모음] > / [-유성][+파열]___#
[-유성][+파열][-불파] / [+불파] / ___#
(#은 단어의 끝을 의미합니다. 음소가 사라지는 경우, 표기의 편의를 위해 비워둬도 되지만, 헷갈리신 다면 음가 없음 기호∅를 쓰셔도 됩니다.)
이 표기법을 따르면 한 번에 한 음소의 변화밖에 적을 수 없기 때문에, 둘로 나눠서 적어야 합니다. 이때, 아무렇게나 적는 것이 아니라, 어떤 변화가 더 그럴듯한 변화인지 고민한 다음에 적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이 변화를 다음과 같이 적는다고 해봅시다.
K > K’ / _V#
V > / K’_#
왜 모음이 떡하니 뒤에 있는데 파열음이 불파음이 되죠? 불파음은 보통 파열음의 끝에 나는 터지는 소리가, 터지기 어려운 환경(뒤에 다른 자음이 있거나, 단어의 끝이거나)에서 터지지 못하면서 평범한 파열음이 불파음이 되는 것인데 말이죠. 즉, 별로 가능성 있지 않습니다. 그러니, 이렇게 적는 것보다는, 이전의 방법으로 적는 것이 더 적절하겠네요.
그럼 몇 가지 다른 예시를 볼까요?
○○의 법칙
t / w / _
t가 모든 위치에서 w가 된다.
이런 식으로 적는다면, 나중에 언어의 변화를 돌이켜 볼 때 한 번에 손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저런 변화가 일어난 이유가 확실하지 않다는 것이죠. 사실, 아무리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t가 w로 변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러니, 그 뒤에 숨겨진 배경을 모두 적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의 법칙
t / w / _
t가 모든 위치에서 w가 된다.
(t > θ > f > ɸ > w)
물론, 이런 변화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아주 긴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변화입니다.
둘째 음절 강세 삭제 법칙
[+모음][+강세] / [-강세] / #(C)V(C)_
둘째 음절에 강세가 있는 단어의 강세가 사라진다.
이렇게 법칙의 요점을 이름으로 하고, 설명에 더 정확한 정보를 적을 수 있습니다. 소괄호()는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된다는 뜻입니다.
어중 경구개화 법칙
Ct > Cts / X_{i/j}
Ck > Cts / X_{i/j}
어중의 치경 파열음과 연구개 파열음이 뒤의 전설 고모음이나 경구개 접근음과 만나 치경 파찰음이 된다.
(Ct = {t, d}, Cts = {t͡s, d͡z}, Ck = {k, g}, X = 모든 음소}
이렇듯 약자를 쓰신다면 각 약자의 의미도 아래에 적어야 합니다. 약자 안의 순서도 중요합니다. t가 d͡z로 변한 게 아니라, t͡s로 변한 거니까요. 중괄호{} 안의 빗금/으로 나뉜 것들은 “또는”이라는 뜻입니다.
자음 이화 법칙
[-파열][a비][b마찰][c접근] > [+파열] / _V0[-파열][a비][b마찰][c접근]
동일한 조음 방법을 가진 비파열음이 연달아 오면 사이의 모음이 있든 없든 앞 자음의 조음 방법을 파열음으로 바꾼다
a, b, c는 +와 – 대신 들어간 것으로, 한 법칙 안에서 모든 a, b, c의 +-값은 일치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파열][-비][+마찰][-접근]이 들어갔다면, 조건에 필요한 자음은 [-파열][-비][+마찰][-접근]이라는 뜻이죠. V0처럼, 약자 다음에 오는 숫자는 양을 의미합니다. V0는 V가 0개 이상이라는 뜻이고, C1은 C가 한 개 이상이라는 뜻이죠. 저기서는, 사이에 모음이 있든 없든 적용되어야 하니, V0라고 적으면 됩니다(당시 창창어로는 V가 2개 이상 연달아 올 수 없었습니다).
모음 동화 법칙
[+모음][<+전설>] > [a원순][<b고>] / [+모음][a원순][b고]C0_
자음에 상관 없이, 앞에 있는 모음의 원순성을 따라가며, 만약 전설모음이었다면 모음의 높이도 따라간다
홑화살괄호<> 안에 있는 것은 조건입니다. 설명에도 나오듯이, “만약 전설모음이었다면”을 표현하는 기호이지요.
음운 법칙의 원칙이 있습니다. 다음의 세 원칙을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 음운 법칙에는 예외가 없다.
“음운 변화는 모든 단어에 동일하게 적용되지만, 몇몇 단어는 자신만의 변화를 겪을 수 있다” - 음운 법칙은 문법적이지 않다.
“관형사일 경우”, “명사일 경우”, “접사일 경우” 같은 조건은 불가능합니다.
단, 단어의 경계 같은 형태적인 조건은 가능합니다. 단어가 합쳐지고 접사와 어근이 만나며 생기는 음운 법칙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 음운 법칙에는 기억이 없다.
위의 예시처럼, t와 k가 모두 t͡s가 되었다면, k에서 유래한 t͡s와 t에서 유래한 t͡s를 구분할 수 없습니다.
음운 규칙을 적으실 때 또 주의하실 점이 있는데, 바로 순서입니다.
음운 변화 순서는 매우 중요합니다. 순서가 달라지면, 결과물도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죠. 예시를 한 번 볼까요?
어중 경구개화 법칙 -> 모음 동화 법칙
gekis > get͡ses
모음 동화 법칙 -> 어중 경구개화 법칙
gekis > gekes
이렇듯, 음운 변화의 순서는 매우 중요합니다. 게다가, 다음 장에서 언어의 진화에 대해서 다룰 텐데, 그 장에서는 단순히 음운만이 변화하는 것이 아니라 단어가 새로 생기고 없어지며, 문법적 요소와 기능이 나타나고, 사라지고, 위치를 바꾸고, 기능이 변화하게 됩니다. 이런 다양한 변화가 음운 변화의 어느 시점에서 일어나는지를 확실히 해야 스스로도 헷갈리지 않고 언어를 잘 만들 수 있답니다.
음운 변화나 문법 변화가 어느 정도 쌓이면 시대를 구분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특히,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급격한 변화(전쟁, 역병, 몰락 등)를 겪을 때는 언어도 빠르게 변화하기 때문에, 몇몇 변화는 언어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지만, 일부 변화는 큰 변혁을 일으키는 것도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다음은 언어의 표기입니다. 크게는 IPA로 표기하는 방법, 로마자(알파벳)로 표기하는 방법, 한글로 표기하는 방법 세 종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IPA로 적으면 가장 정확하고, 음운 변동이 왜, 그리고 어떻게 일어나는지 확실하게 알 수 있습니다. 가장 큰 단점은 역시 불편하다는 것이겠죠. IPA 입력기를 따로 다운받는 것도, 입력기를 사용하는 것도 불편합니다. 인터넷에 검색해서 복사해 오는 것은 더더욱 귀찮고요. 그러니 이 방법은 일단 탈락입니다. 물론, 필요한 경우에는 써야겠지만요(특히 음운 법칙을 적을 때는요).
로마자로 적을 때의 장점은 유연함입니다. 특히 한국어와 음절 구조의 차이가 클수록, 로마자로 적는 것이 상대적으로 편해지겠죠. 또한, IPA와 생긴 것도 비슷하고요. 물론 계속해서 한영 키를 입력해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지만요. 또, 로마자가 익숙하지 않다면 읽기도 힘들죠.
한글로 적을 때는 많은 장점이 있습니다. 쓰기도 편하고, 읽기도 편하죠. 한글에도 어느 정도 유연함은 있기에 정확한 소리를 적을 때 쓰지 못할 정도는 아니기도 하고요. 물론, IPA 정도는 아니기 때문에 어떻게든 한글을 변형해 원하는 식으로 재해석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2막 15장에서 “naslo”를 “낫로”라고 적은 사례가 있죠. 한국어식으로 한글을 읽으면 [난노]와 비슷하게 읽겠지만, 창창어식으로 읽으면 [나슬로]와 비슷하게 읽어야 하는 것처럼, 똑같이 한글로 적더라도, 어느 방식으로 읽느냐에 따라 한글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한국어에는 음운 변동 때문에 표기와 읽는 방법이 크게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만약 언어 창작 활동을 한글로 하려 하신다면(저처럼), 한글로 적더라도 한국어식이 아닌, 직접 정한 그 언어의 방법으로 읽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한글 각 자모나 특정한 글자들의 조합을 정해진 소리로 읽도록 정하는 것이, 이 방법을 쓸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입니다. 예를 들어, “ㄲ”에 해당하는 소리가 없으니, 이 소리를 IPA “q”에 대응하는 소리로 쓴다거나 하는 일이죠. 아니면, “ㅐ”를 “ai̯”에 대응하는 것으로 쓸 수 있죠.
이렇게 창작 활동을 한 뒤에, 진정한 한글 표기법을 만들거나, 소설에서 등장시킬 때는 보기 이쁘게 다듬어도 되겠죠. “ai̯”를 “아이”로 적게 하는 것처럼요.
그럼 이걸로 다음 장에 들어갈 준비를 모두 끝냈습니다! 이번 장은 이렇게 마치고, 다음 장인 「언어와 진화」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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