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막 2장 ― 소리 모으기

언어의 기초를 닦자

언어를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단어를 정해야 합니다. 하지만 갑자기 아무 단어나 만들어 보라고 하는 건 없는 말을 지어내서 하는 끝말잇기처럼 은근히 힘들죠. 카프르, 토넬, 찰트… 생각보다 어렵고, 규칙성도 떨어지며, 얼마나 만들어야 할 지도 감이 잘 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창언창안에서는 단어를 쉽게 만들기 위해 ‘외국어에서 소리 빌려오기’라는 편법을 쓴답니다.

외국어의 소리는 참 특색있죠. 길을 가다가 외국인들이 대화하는 것을 들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아니면 외국어가 나오는 영상을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중국어가 들리면 그 뜻은 몰라도 “아, 중국어네.”라고 반응할 수 있습니다. 일본어, 영어, 프랑스어 같이 많이 접하는 다른 외국어들도 마찬가지죠.

어떻게 이게 가능한가 고민해 보면, 분명 ‘소리’일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으시나요? 한 언어는 그 언어만의 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영어나 일본어나 한국어나 모두 아, 에, 이, 오, 우 소리를 가지고 있지만, 그 소리가 언제 나오는지 다른 소리와 어떻게 만나는지, 얼마나 자주 등장하는지 등에 따라 제각기 다른 다양한 소리의 조합이 되어 서로 다른 소리를 가진 언어가 되죠.

그래서, 한 언어가 주는 느낌을 결정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하는 소리를 어떻게 빌려올까 고민하기 전에! 한 가지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한글의 한계입니다.

창언창안은 이 안내서를 읽는 독자분들께서 한글로 된 작품을 쓰실 거라고 가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글을 사용한다는 말은, 모든 소리를 담을 수 없다는 말이죠. 자신의 작품에 영어의 [슈] 소리를 담고 싶어도, 프랑스어의 [엉] 소리를 담고 싶어도, 아랍어의 [흐] 소리를 담고 싶어도 한글로 위처럼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 한계는 단점처럼 보일 수 있지만, 잘 쓰면 장점으로 바꿀 수 있죠. 어렵게 다른 언어의 소리를 하나하나 배워가며 적합한 소리를 찾아가는 대신, 한두 언어를 한글로 표기한 것을 적절히 짜 맞추기만 하면 된답니다!

그래서 창언창안에서 소리를 빌리는 과정은 세 단계로 이루어집니다.

  1. 원하는 느낌의 언어를 고르기.
  2. 해당 언어가 한글로 적힌 문서를 찾기.
  3. 규칙성을 찾아 적절히 적용하기.

원하는 느낌의 언어를 고르는 것은 딱히 어렵지 않습니다. 언어를 정할 정도면 그 언어를 사용할 사람들이 어떤 문화권에 속하는지는 이미 무의식적으로나마 정하셨을 테니까요. 로판 작품 속 제국의 수도는 아마 프랑스어나 이탈리아어와 비슷한 언어를 쓸 것이고, 북부 변경지는 독일어나 스웨덴어, 서쪽의 사막 지역은 아랍어, 동방의 이국적인 나라는 한·중·일의 언어, 남해의 해안 도시들은 영어 또는 그리스어와 비슷한 언어를 쓰겠지요. 판타지로 넘어간다면 인간 왕국이 쓰는 언어는 그 왕국의 느낌에 따라 영, 프, 독 셋 중 하나일 것이고, 빙토의 광전사들은 바이킹들의 언어인 스웨덴어, 고대 엘프들은 라틴어나 고대 그리스어, 생산적인 드워프들은 독일어를 쓰겠지요. 이렇듯 창작물에서 각자의 언어는 그 지역의 환경, 그리고 문화에 따라 주로 결정됩니다.

이제 빌려올 문서를 찾아봅시다. 제가 추천하는 것은 인명의 경우 나무위키의 “분류:위대한 인물 , 거기에 해당하는 언어가 없을 경우 “분류:나라별 인물” 문서, 서양의 인명의 경우 “분류:둘러보기 틀/명칭변형“ 그리고 지명의 경우 “행정구역/외국” 문서와 “분류:나라별 행정구역“입니다. 이 문서들은 각 언어의 고유명사를 한글로 나열하고 있어서, 슬쩍 둘러보며 ‘이 언어는 이런 느낌으로 단어/이름을 만드는구나~’라고 감을 잡기 좋습니다. 이외에도 구글에 “○○나라의/○○언어로 된 이름들”이라고 검색하거나, 각 나라의 유명한 도시를 검색하는 것으로 쉽게 고유명사를 얻을 수 있죠. 그외에도 각 언어에 대한 나무위키 문서를 찾아보면 그 언어의 어휘를 알 수 있답니다. 

여담으로, 한자어의 경우에는 창작물에서도 한자 같은 언어를 새로 만들기 보다는 현실의 한자를 가지고 창작물 속의 고유명사를 짓는다는 특징에 기반해 고유명사에 요긴하게 쓰일 한자를 따로 정리할 예정입니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얻어낸 이름들에서 규칙성을 찾아내 적용할 일만 남았습니다. 위의 문서들을 읽고 스스로 “뇌피옹”이란 단어를 만들고 ‘서로에게 꼭 필요한 것이지만 굳이 스스로 하고 싶지는 않은 일에 대해서 상대방이 자원하여 해 주기를 바라는, 두 사람 사이에서 조용하면서도 긴급하게 오가는 미묘한 눈빛.’이라는, 프랑스풍의 로판 속 제국 황실의 언어의 일부로 넣어도 되겠지만, 유용하진 않겠죠. 오히려 고유명사를 만드는 데 쓰일 다양한 단어들을 만드는 게 더 유용할 겁니다. 이를 후에 따로 정리할 예정이긴 하지만, 다양한 예시들을 보며 어떤 단어가 필요할지 미리 직접 정리해보시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아 다음 장에서부터는 현실의 예시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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