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는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있으니까
창언창안은 “어떠한 사전 지식도 필요 없는 안내서”를 추구합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럴수록 창언창안에서 쓰는 말들을 알지 못 했을 때 생기는 차이도 커지죠. 2장에서 설명한 것처럼, 한글과 한국어로만 어떻게든 때우려는 편법을 쓰려는 창언창안은 더더욱 한글에서만은 그 사용법을 정의하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 2.5장에서는 잠깐 쉬어가며 창언창안 내의 한글 사용법을 정리하고자 합니다. 다른 용어들은 꼭 필요한 경우에만 미리 설명하고 쓰겠지만, 한글 관련 용어는 양도 많아서 미리 설명하기에도 글의 흐름 문제로 곤란해 이렇게 한 번에 모으게 됐습니다. 이런 장은 이것 하나로 끝일 테니 무언가 용어를 학습해야 한다는 스트레스는 안 받으셔도 된답니다! 그리고, 아래의 내용을 이미 알고 계셔도 창언창안 내에서의 사용법을 정리한 것이니까 한 번은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용어를 어떻게 정의하고 어떻게 쓰는지는 중요하니까요.
1. 초성, 중성, 종성
한글은 낱글자 세 개가 모여 한 글자를 만든답니다. 이 낱글자들을 순서대로 초성, 중성, 종성이라고 하죠. 예를 들어, 〈한〉이라는 한 글자는 초성 ㅎ, 중성 ㅏ, 종성 ㄴ이 모여 만든답니다.
종성은 받침이나 끝소리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미 아시겠지만, 받침 없이, 즉 낱글자 두 개만 가지고도 한 글자를 만들 수 있죠. 〈초〉라는 한 글자는 초성 ㅊ, 중성 ㅗ 둘 만 모여 만든답니다.
사실, 낱글자 하나만 가지고도 한 글자를 만들 수 있습니다. 중성 하나만 있으면 되는데, 세종대왕님께서는 이게 안 예쁘셨는지, 이걸 모르셨는지는 몰라도 초성이 없어도 초성 자리에 ㅇ을 넣으라고 하셨죠. 그래서 〈에〉라는 한 글자는 중성 ㅔ만 써서 〈ㅔ〉라고 적는 게 원칙상 맞겠지만, 빈 초성 자리를 채울 ㅇ을 넣어 〈에〉라고 적습니다. 그래서 〈국어〉는 연음되어, 즉 받침이 빈 자리를 채워 [구거]라고 소리납니다.
한글 한 글자는 한 음절 분량입니다. 음절은 “하나의 종합된 음의 느낌을 주는 말소리의 단위”라는 격식 차린 정의도 있지만, 창언창안에서는 한 음절 = 한 글자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그러니까, 〈국화꽃〉이라는 세 글자는 말 그대로 세 음절입니다. 어절이란 말도 있는데, 이건 띄어쓰기의 단위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문장을 구성하고 있는 각각의 마디”라는 정의가 있지만, 그냥 띄어쓰기로 나누어진 마디의 수를 세시면 됩니다. 방금의 정의는 5어절로 되어있네요.
2. 자모
자모는 낱글자를 뜻하는 용어입니다. 한글의 경우
초성에 올 수 있는 자모는 ㄱ ㄲ ㄴ ㄷ ㄸ ㄹ ㅁ ㅂ ㅃ ㅅ ㅆ ㅇ ㅈ ㅉ ㅊ ㅋ ㅌ ㅍ ㅎ로 총 19자,
중성에 올 수 있는 자모는 ㅏ ㅐ ㅑ ㅒ ㅓ ㅔ ㅕ ㅖ ㅗ ㅘ ㅙ ㅚ ㅛ ㅜ ㅝ ㅞ ㅟ ㅠ ㅡ ㅢ ㅣ로 총 21자,
종성에 올 수 있는 자모는 ㄱ ㄲ ㄳ ㄴ ㄵ ㄶ ㄷ ㄹ ㄺ ㄻ ㄼ ㄽ ㄾ ㄿ ㅀ ㅁ ㅂ ㅄ ㅅ ㅆ ㅇ ㅈ ㅊ ㅋ ㅌ ㅍ ㅎ로 총 27자가 있습니다.
2―1. 음절의 끝소리 규칙
국어 시간에 들어봤을 규칙입니다. 음절의 끝소리 규칙, 줄여서 음끝규는 종성에 오는 27자가 어떻게 소리 나는지를 정리한 규칙이죠. ㄱ ㄲ ㄳ ㄴ ㄵ ㄶ ㄷ ㄹ ㄺ ㄻ ㄼ ㄽ ㄾ ㄿ ㅀ ㅁ ㅂ ㅄ ㅅ ㅆ ㅇ ㅈ ㅊ ㅋ ㅌ ㅍ ㅎ 중 실제로 자신의 소리를 유지하는 것은 ㄱ ㄴ ㄷ ㄹ ㅁ ㅂ ㅇ이고, 나머지는 이 7소리 중 하나가 된답니다.
외국어의 한글 표기법에 따르면, 종성에는 ㄱ ㄴ ㄹ ㅁ ㅂ ㅅ ㅇ만 쓸 수 있게 돼있습니다. ㄷ 대신 ㅅ을 쓰는 이유는 연음을 했을 때 더 편하고 한국어스럽기 때문이죠(robot을 〈로볻〉이라 쓰면 〈로볻이〉은 [로보디]나 [로보지]가 되지만 〈로봇〉이라 쓰면 〈로봇이〉가 [로보시]가 됨).
하지만 이렇게 되면 생기는 문제가 있습니다. 가상의 외국어에서 〈싴〉이라는 단어와 〈암〉이라는 단어가 만나 〈시캄〉이 된다고 해봅시다. 이걸 음끝규에 맞춰 쓰면 〈식〉이라는 단어와 〈암〉이라는 단어가 만나 〈시캄〉이 된다고 하게 되버리죠. 설명이 완전히 이상해져 버렸죠? 그래서 제가 추천드리는 방법은 직접 언어를 만드는 과정에서는 종성에 27자를 다 써서 표현을 한 뒤에, 창작물에 등장할 때만 음끝규를 맞춰 적으시는 방법입니다. 그러면 직접 실제로 있는 외국어를 한글로 옮긴 것 같은 느낌이 든답니다!
2―2. 한글의 음절 한계
현대 한국어은 한 음절이 오직 자음으로 시작해서 모음을 하나만 거쳐 하나의 자음으로만 끝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규칙을 벗어나는 언어들이 많죠. spring을 예시로 들어봅시다. 이 단어의 발음에 가장 가까운 한글 표기는 [ㅅㅍ링]이 되겠지만, 이는 한국어의 규칙을 벗어나죠.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자음이 연속하는 경우에는 그 사이에 ㅡ를 넣어줍니다. 그래서 “스프링”이라고 적죠. 한국어의 구조에 맞게 변형한 것입니다. 그러니 외국어의 한글 표기에서는 ㅡ가 ㅇ처럼 자리 채우기용 중성으로 여기셔도 됩니다. 비슷한 예시로 marks는 [말ㅋㅅ]가 아닌 마르크스라고 적어줍니다. 말크스가 아닌 이유는… 한국어의 “ㄹ”은 무엇인가에 대한 얘기를 해야하기 때문에, 원문에서 r이면 르, l이면 ㄹ로 적되, 모르거나 더 이쁜 쪽이 있다면 그쪽으로 선택하라 정도로 얘기를 줄이겠습니다. 마찬가지로 원문이 k, t, p면 ㄱ, ㄷ, ㅂ로 g, d, b면 그, 드, 브로 적되 모르거나 하신다면 더 이쁜 쪽으로 고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다만, 창언창안에서는 혼동을 줄이기 위해 대괄호[] 안에서는 음절이 모음으로 끝나지 않으면 굳이 ㅡ를 추가하지 않겠습니다.
3. 자음과 모음
자음은 “목, 입, 혀 따위의 발음 기관에 의해 구강 통로가 좁아지거나 완전히 막히는 따위의 장애를 받으며 나는 소리”, 모음은 “성대의 진동을 받은 소리가 목, 입, 코를 거쳐 나오면서, 그 통로가 좁아지거나 완전히 막히거나 하는 따위의 장애를 받지 않고 나는 소리”라는 정의가 있습니다만, 이런 정의 없이 한글만 가지고 때워 봅시다.
3―1. 자음
한글 자모 중 초성에 오는 19자와 종성에서 실제로 소리 나는 7자는 자음을 나타냅니다. 물론, 초성에 오는 ㅇ은 소리가 없는 자리 채우기용 글자니 자음도 아니지만, 종성의 ㅇ은 실제로 소리가 나니([이응]의 마지막 소리) 자음이죠. 종성의 나머지 6자는 초성의 똑같이 생긴 자모와 소리가 같으니 겹치는 글자를 빼면 한국어의 자음은 19개네요.
ㄱ ㄲ ㄴ ㄷ ㄸ ㄹ ㅁ ㅂ ㅃ ㅅ ㅆ ㅇ(소리 있는 것) ㅈ ㅉ ㅊ ㅋ ㅌ ㅍ ㅎ
3―2. 모음
한글 자모 중 중성에 오는 21자는 모음을 나타냅니다.
ㅏ ㅐ ㅑ ㅒ ㅓ ㅔ ㅕ ㅖ ㅗ ㅘ ㅙ ㅚ ㅛ ㅜ ㅝ ㅞ ㅟ ㅠ ㅡ ㅢ ㅣ
이 중 ㅏ ㅐ ㅓ ㅔ ㅗ ㅚ ㅜ ㅟ ㅡ ㅣ 10자는 단모음이라 부르는데, 하나의 모음으로만 이뤄져 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현대 한국어의 단모음은 7개밖에 안 되는데, ㅔ와 ㅐ의 소리가 똑같은 것은 바로 알아차리셨겠지만, ㅚ와 ㅟ가 단모음이 아닌 이유는 11자의 이중모음을 보며 다룹시다.
3―3. 반모음
한국어의 이중모음은 반모음 + 단모음의 구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반모음에는 반모음ㅣ, 반모음ㅗ/ㅜ, 반모음ㅡ가 있습니다. 예컨대 반모음ㅣ와 단모음 ㅏ가 만나 ㅑ가 되는 것이죠. ㅏ와 ㅑ와 ㅘ를 반복해 소리내 보며 무슨 소리가 ㅏ에 추가되었는지 감을 잡으시면 반모음이 뭔지 아실 겁니다. 반모음ㅣ가 ㅏ ㅐ ㅓ ㅔ ㅗ ㅜ와 만나면 선이 하나 추가된 ㅑ ㅒ ㅕ ㅖ ㅛ ㅠ가 됩니다. 반모음ㅗ/ㅜ가 ㅏ ㅐ ㅓ ㅔ ㅣ와 만나면 ㅘ ㅙ ㅝ ㅞ ㅚ ㅟ가 되는 데, 앞의 4개는 확실히 이중모음이지만 ㅚ와 ㅟ는 국어가 발전하며 단모음으로 변했어서 표준어에선 단모음이라고 규정했죠. 하지만 지금은 다시 이중모음이 되어버렸네요. 마지막으로 반모음ㅡ가 ㅣ와 만나 ㅢ가 됩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반모음은 단모음 자모에 선을 더 그어 나타낸답니다.
3―4. 자모와 자음/모음의 차이
이건 한글과 한국어의 차이와 비슷합니다. 자모는 글자고(글자 자 字), 자음/모음은 소리죠(소리 음 音). 그런 김에 한글과 한국어의 차이도 짚고 넘어갑시다(물론 후에 글자에 대해 다룰 때 한 번 더 언급할 예정입니다).
다음 표를 봐주세요.
| 한국어 | 영어 | |
| 한글 | 안녕 | 헬로 |
| 로마자 | annyeong | hello |
확실하게 이해되셨나요? 한국어는 언어, 즉 소리와 뜻이고 한글은 글자, 즉 소리를 시각적으로 나타낸 것이죠. 한글은 알지만 영어를 하나도 모르는 사람은 〈헬로〉를 봐도 읽을 수만 있을 뿐, 그 뜻을 알 순 없죠. 영어를 한글로 배울 수도, 한국어를 로마자로 배울 수도 있습니다. 엄청 힘들긴 하겠지만요… 이렇듯 글자와 그걸 사용하는 언어는 긴밀히 연관되어 있지만, 절대 둘이 같은 것은 아닙니다.
4. 괄호
글자는 글자 그 자체와 그 글자가 담는 소리로 나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소리는 언어에 따라 특정한 뜻을 가지고 있죠. 그래서 모든 글자는 모양과 소리,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자를 배우신 적이 있다면 익숙한 형(모양), 음(소리), 의(뜻)의 3요소와 똑같습니다. 그러나 창언창안에서는 때에 따라 글자의 뜻만, 소리만, 형태만 말하고자 할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어떤 괄호 안에 들어있는지에 따라 그 글자의 뜻, 소리, 형태 중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홑화살괄호는 〈 〉로, 이 안에 들어있는 글자의 형태를 보라는 의미입니다.
대괄호는 [ ]로, 이 안에 들어있는 글자의 소리를 보라는 의미입니다.
중괄호는 { }로, 이 안의 들어있는 글자의 뜻을 보라는 의미입니다.
예를 들어 봅시다. 한글로 {스톤}은 한국어에서는 아무 뜻도 없습니다. 하지만 영어로는 돌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지요. 이는 한국어의 {tol}, 즉 {돌}이나 일본어의 {いし}, 즉 {이시}와 같은 뜻입니다. {암석}과 {바위}는 유사하지요. 이렇게 유사한 뜻을 가지고 있는 단어를 동의어라고 합니다. [사과]와 [사과]의 소리는 같지만, {사과}와 {사과}는 다릅니다. 소리가 같으니 동의어, 뜻이 다르니 이의어(다를 이)라서 이들은 동음이의어입니다. 〈밭이랑〉과 〈밭이랑〉은 동일하게 생겼지만, “밭의 고랑 사이에 흙을 높게 올려서 만든 두둑한 곳”이라는 뜻을 가진 한 단어인 〈밭이랑〉과 “밭이랑 논을 가지고 있다”의 〈밭이랑〉은 소리가 각각 [반니랑]과 [바치랑]으로 다릅니다. 형태, 즉 철자가 똑같으니 동철어이고, 소리가 다르니 이음어, 뜻이 다르니 이의어라서 동철이음이의어입니다. 동철이음이의어에는 지적하다의 지적[지적], 지적이다의 지적[지쩍] 등이 있습니다. 나무위키 동철이음이의어 문서에 많은 예시가 있습니다.
여담으로, 큰따옴표 ” “도 많이 쓰일 텐데요, 큰따옴표는 이 안에 들어있는 것을 강조하거나 특별히 지시하고 싶을 때 범용적으로, 특별히 정해진 의미는 없이 쓰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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