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막 3장 ― 지명 뽑기

1막 3장 ― 지명 뽑기

실전편에서는 세 종류의 고유명사(지명, 인명, 단체명)를 다룰 예정인데, 이 중 다른 이름들을 만드는 데 도움이 가장 많이 되고 다른 이름들이 따오는 것이 지명이라서, 지명을 첫 번째로 만들 것입니다. 그럼, 현실에서 지명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여러 구조를 봅시다! 

첫 번째 구조 예시: 아이젠슈타트(Eisenstadt)

이 예시는 꽤나 간단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여러 곳에서 많이 보이는 형태랍니다. 아이젠슈타트의 앞부분 아이젠(Eisen)은 철이라는 뜻이고, 뒷부분 슈타트(Stadt)는 도시라는 뜻이지요. 이름의 유래는 당연하게도 그곳의 철광 산업입니다. 유사한 형태의 예시로는 뉴캐슬(Newcastle, 새로운 성), 노리치(Norwich, 북쪽 마을), 오스트리아(Österreich, 동쪽 나라), 대전(大田, 큰 밭), 도쿄(東京, 동쪽 수도), 중국(中國, 가운데 나라) 등이 있습니다. 

이렇게 단순하게 성/도시/마을에 그곳의 특징을 붙여 이름을 짓는 방식은 지명을 지어보라고 할 때 첫 번째로 떠오르는 방식이고, 그만큼 단순하고 작위적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단점은 특징을 추상적이거나 비유적으로 정할수록 부각되는데, 검은 성채나 눈물의 도시 등이 예시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이름들이 주는 동화적인 느낌을 오히려 이용할 수도 있겠지요. 

재밌는 점은 한 언어의 이름을 다른 언어로 바꿨을 때 얼마나 어색한 지를 가지고 한 구조가 얼마나 범용적인지 알 수 있다는 겁니다. 아이젠슈타트는 한국에서는 금성이 되겠네요. 뉴캐슬은 한자로 하면 신성인데, 일본에 신시로(新城)시가 있답니다. 대전은 영국의 발모어(Balmore)라는 지명이라고 우길 수도 있겠어요. 이 방법은 아래에 나올 구조를 가지고도 할 수 있답니다. 계속 보시죠. 

두 번째 구조 예시: 윌포드(Wilford)

이 예시는 너무 단순해서 어색해 보일지도 있지만 실제로는 현실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형식이랍니다. 윌포드의 윌(Wil)은 버드나무를 뜻하고, 포드(Ford)는 여울을 뜻합니다. 이러한 종류의 이름들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널리 쓰였답니다. 다른 예시로는 스톡홀름(Stockholm, 통나무 + 작은 섬), 마르세유(Marseille, 바다의 끝), 평택(平澤, 연못 있는 평지), 선전(深圳, 깊은 도랑) 등이 있습니다. 

이렇게 직관적으로 그 지역의 지형적 특징을 사용해 짓는 이름은 그 단순함 때문에 겹칠 것 같아도 신기하게 안 겹치고, 예로부터 그곳에 살던 사람들이 지은 것처럼 자연적인 느낌을 줍니다. 물론, 스프링필드(Springfield, 봄 + 들) 같이 미국에서만 67곳이 쓰는 이름도 있지만, 흔치 않죠. 만약 지명을 지어야 한다면 이 형식을 사용하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현실에서 있을 법한 자연스러움이 가장 잘 드러나고, 창의력을 발휘할 부분이 많기 때문이죠.

위의 윌포드를 한자로 적으면 柳灘(유탄)으로, 실제로 있을 법한 이름이죠? 충청도 단양군 유탄면 같이 말이죠. 마르세유야 한국에도 땅끝마을이라는 곳이 그대로 있네요. 

세 번째 구조 예시: 츠(津)

이 구조는 위 방법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거랍니다. 옛사람들께서는 지명을 지을 때 너무 귀찮아진 나머지 한 단어로 지명을 짓기도 했는데요, 츠시 같은 게 예시죠. 츠(つ)는 나루 진(津)의 일본어식 발음으로, 도시 이름이 나루인 셈입니다. 경기도 나루시라고 하면 입에 착 달라붙네요! 또한 런던(London)과 같은 예시가 있습니다. 런던의 어원은 불분명하나, 척박한 땅을 뜻하는 런드(Lond)에 명사 파생 접속사 언(on)이 붙어 생긴 이름이라는 게 통설입니다. 다른 예시로는 비크(Vík, 작은 만 ― 저 한 단어가 작은 만이라는 뜻입니다), 무르만스크(Мурманск, 북쪽 사람 + 접속사), 프로방스(Provence, 주(州)급 행정 단위), 베를린(Berlin, 늪 + 접속사) 폭포동(瀑布洞, 폭포 + 접속사), 루(魯, 소금 습지), 메디나(المدينة, 도시) 등이 있습니다. 

이렇게 단순히 한 단어로 이루어지거나 한 단어에 지명에 붙는 접속사가 붙어 이루어지는 지명들은 이전의 예시보다 드물긴 하지만 여전히 널리 보이는 지명으로, 특히 서양권에서 많이 보입니다. 여전히 자연스러운 이름이고, 지명이란 것이 본래 현지 주민들이 적당한 랜드마크로 그 주변을 지칭하던 것에서 유래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오래된 방법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메디나의 경우가 유독 특이해 보인다면, 베이징의 원래 이름을 볼까요? 베이징의 원나라 시절 이름은 대도(大都)입니다. 네. 큰 도시에요. 이스탄불은 터키인들이 그리스어로 “그 도시”를 의미하는 이스 팀 볼린을 그대로 도시 이름으로 정한 경우죠. 일본의 교토는 말 그대로 수도라는 뜻이고, 한국의 서울은… 딱히 더 말할 필요도 없겠네요. 

네 번째 구조 예시: 옴스크(Омск)

옴스크는 옴강(Омь)에서 따온 이름으로, 지명을 지을 곳 주변을 흐르는 강의 이름에서 따와 지명을 짓는 것은 흔친 않지만 자연스러운 방법입니다. 뉴캐슬 어폰 타인(타인강 옆의 새로운 성) 같은 예시도 있겠네요. 서울의 옛 이름 한성도 한강 옆의 성이라는 뜻이랍니다. 

이 구조는 강의 이름을 짓는 것이 필수적이겠죠? 혹여나 막막하신 분들께 강의 이름을 짓는 법에 대한 몇 가지 팁을 드리자면, 먼저 강을 뜻하는 보통명사로 짓는 방법입니다(나일النيل의 뜻은 강. 헤일Hayle의 뜻은 강어귀). 또는, 강에 수식하는 말을 더할 수 있습니다. 작다거나(에이본베그Avonbeg의 뜻은 작은 강.), 크다거나(과달키비르Guadalquivir의 뜻은 큰 강), 강의 어머니라던가(메콩ແມ່ນ້ຳຂອງ의 뜻은 강의 어머니)… 또는 그저 흐른다(라인Rhein)/빠르다(샤트알아랍شط العرب)/넓다(브리어데Breede)/길다(장강長江)/어둡다(카라슈Karaš)/희다(세피드루드سفیدرود)/아름답다(무오이Mooi) 등등의 이름을 붙이면 됩니다. 이외에도 강에서 흐르는 것의 이름이나 강이 닮은 것의 이름을 붙이는 방법도 있습니다. 예로는 에스크라보스Escravos(노예), 모더Modder(진흙), 코마티Komati(소) 등등이 있습니다. 특이한 예시로는 클랜라이Clanrye(왕의 계곡) 등이 있네요. 언제나 그렇듯 신이나 인물의 이름을 붙여도 되고요! 

다섯 번째 구조 예시: 천안(天安)

이 구조는 동양에서는 낯설지 않지만 서양권에서는 드문 방법입니다. 천안이라는 이름은 그 지역의 형태와는 관련이 없고, 대신 긍정적인 단어로 지어진 이름이죠. ‘하늘 아래 가장 편안한 곳’, ‘이곳이 편안하면 천하가 평안한 곳’ 등 다양한 해석이 있지만, 결국 추상적인 단어로만 이루어진 것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다른 예시로는 니스(Nice, 승리), 소피아(София, 지혜), 톈진(天津, 천자의 건널목), 교와초(共和町, 공화 마을), 일본(日本, 해가 뜨는 곳) 등이 있습니다.

이 방법은 일단 저러한 이름을 내리거나 지을 정치 집단이 형성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상당히 늦게 등장한 방법입니다. 그런 면에서 어색하게 보일 수도 있죠. 하지만, 생각보다 여기저기 많이 등장하는 방식이랍니다! 또한, 상술한 대로 동양권에서는 자주 보이는 작명 방식이지만 서양권에서는 근대화 이후에나, 그리고 덜 등장하고, 서양에선 보통은 거리나 광장 같은 작은 크기의 지명에서 자주 보이는 방식이랍니다. 근대화 이후에는 동양권에서도 작은 지명에서 종종 보인답니다. 

여섯 번째 구조 예시: 상파울루(São Paulo)

이 예시는 한자문화권에선 찾아볼 수 없는 방법이죠. 상파울루는 번역하면 성(聖) 바울이라는 뜻으로, 서양권에서는 성인이나 위인의 이름을 지명으로 쓰는 사례가 많이 등장합니다. 특히, 식민지에서 많이 보이며, 아메리카 대륙에 있는 많은 국가의 국명이 인명에서 비롯됐고(콜롬비아: 콜럼버스, 세인트 루시아: 성 루시아, 모리셔스: 마우리츠 등등…), 아메리카라는 대륙 명도 아메리고 베스푸치에서 따왔죠. 또는, 정복 군주가 자신의 이름을 여기저기에 붙이고 다니는 경우가 있죠. 알렉산더 3세가 대표적입니다. 알렉산드리아라고 이름 붙여진 도시가 적어도 7개, 많으면 수십 개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러시아의 ~~그라드라는 지명들(레닌그라드, 스탈린그라드, 상트페테르부르크 등등…)도 유명하죠.

이 방법은 인명을 짓는 법을 설명하기 전에 설명하기는 적절치 않으니, 바로 다음 시간에 다룰 인명 작명 설명 이후 그 이름을 지명으로 쓰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일곱 번째 구조 예시: 브르타뉴(Bretagne)

이 예시는 보통 조금 더 큰 지명의 이름으로 등장한답니다. 보통 한 나라였던 곳의 지명이죠. 브르타뉴(Bretagne)는 그 지방에 살았던 브리튼인(Britons)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브리튼이라는 부족 명은 아마 ‘몸에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을 거라고 추측되죠. 다른 예시로는 러시아(Росси́я, 루스인; ‘노 젓는 사람들’), 프랑스(France, 프랑크족; ‘창 쓰는 사람들/매서운 사람들’) 독일(Deutschland, 도이치인; ‘사람들’) 한국(韓國, 한족, ‘우두머리’) 등이 있습니다. 

이 방법은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을 부르는 이름에서 유래했다는 점에서 민족을 작명하는 방법에 대한 설명 없이 소개하기엔 부적절합니다. 민족명을 작명하는 법은 후에 다룰 예정이니 그때 다시 이 예시를 보러 오시면 될 것 같습니다. 예시를 보고 직접 지금 사용하셔도 되고요. 한 가지, 민족명이라는 점에서 큰 지역의 이름으로 적당하다는 점을 알려드립니다. 

번외 

위에서는 거주지와 강의 이름을 짓는 법만 언급했지만, 지형이 이것 두 개가 다는 아니죠. 지형에는 볼록 튀어나온 것(산, 언덕 등)도, 움푹 들어간 것(골짜기, 계곡 등)도, 평평한 것(들, 평야)도 있습니다. 습한 지역(늪, 뻘)도 있고, 건조한 지역(사막, 황야)도 있죠. 이들의 이름은 크게 둘로 나뉩니다. 하나는 생긴 형태를 보고 지은 것, 다른 하나는 형태와 관련이 적은 것이죠. 전자는 단순히 희다, 높다(알프스의 어원이 높다인 걸 아시나요?), 험하다 등에서부터 아홉 마리 용이 굽이치는 모습(구룡산), 무희가 옷자락을 휘날리며 춤추는 모습(무의도), 소의 심장 부분에 위치했다는 점(염곡동) 등까지 다양한 이름을 지어낼 수 있습니다. 후자는 좋은 말이나 가치(다섯 번째 구조처럼), 발견한 사람, 발견한 날 등등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것들을 참고해서 거주지나 강의 이름을 지어도 되겠죠! 지명은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도 명심하시고요. 특히 바다가 그런 면이 있죠. 바다가 순수하게 자기 이름을 가진 경우는 드물고, 보통은 주변에 있는 것의 이름을 따라갑니다. 물론, 평화롭다(태평양)/색깔(홍해, 흑해, 백해)/지형(지중해) 등의 예시도 있죠. 

그리고 지명을 다루면서 하나 빼먹은 아주 커다란 게 있는데요, 바로 대륙의 이름이죠. 대륙의 이름의 경우 스스로 지은 이름은 하나밖에 없는데요, 바로 유럽이죠. 아시아와 아프리카는 지중해의 동쪽(아나톨리아의 서북부)과 지중해의 남쪽(리비아)을 지칭하던 라틴어에서 유래한 단어라 외부에서 지은 이름이고, 아메리카는 아메리고 베스푸치의 이름에서 왔다고 하고, 오세아니아는 바다라는 뜻을 가진 신조어고, 남극은 단순한 위치를 지칭하는 이름일 뿐이죠. 사실 유럽도 원래는 발칸 산맥 남쪽의 지역을 지칭하던 말이었는데, 후에 의미가 확장된 것입니다. 애초에 고대인이 대륙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따로 대륙을 부르는 말은 없었죠. 유럽은 넓다는 뜻의 εὐρύς에서 왔다고 추정되고, 지구/대지의 이명이라고 추정됩니다. 동아시아에서는 전통적으로 천하, 즉 하늘의 아래, 곧 세상이라고 불렀죠. 한국어에는 누리라는 단어가 있죠. 세상이라는 뜻인데, 어원은 누렇다라고 추측되고 있습니다. 아마 흙을 보고 지은 뜻이겠죠. 이렇게 보면 스스로 지은 대륙명은 세상을 의미하는 단어와 관련이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다른 여러 구조들이 있지만, 일단 자주 쓰이는 건 이 정도인 것 같네요. 그럼 어떤 단어들이 필요할 지 고민해 보며 다음 장을 기다려 봅시다!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한국어에 강, 내, 시내, 개울, 개천, 실개천 등 다양한 크기와 상황에 맞춘 “흐르는 물”이라는 지형에 대한 많은 단어가 있는 것처럼, 여러 언어는 크기나 주변 지형을 두고 동일한 지형이라도 다양한 이름으로 부른답니다. 그래서 한 단어의 뜻이 “나무가 많고 크기가 작은 골짜기”여도 상관없죠. 아니면 “나무 없이 풀만 있는 들”이나요. 이런 단어를 만드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그리고 더 재밌는 점은 이런 단어가 대부분 한 음절이나 두 음절이라는 사실이죠. 언어란 참 신기하죠? 

본격적으로 지식이 쏟아져 나온 첫 번째 장인데, 재밌으셨나요? 그럼 다음 장, 인명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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