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막 6장 ― 상용구 나누기

창언창안의 세계로

고유명사를 제외하면, 창작물에 다른 언어가 등장할 기회는 상용구밖에 없죠! 상용구는 일상 회화에서 빈번하게 쓰이는 구(짧은 문장)로, 보통 여행을 간다거나 했을 때 가장 먼저 배우는 것으로 만날 때가 많죠. 상용구를 크게 나누면 1. 인사말 2. 감사말 3. 감탄사 4. 욕설 5. 속담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순서대로 다뤄 보죠! 

인사말

인사말도 크게 둘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하나는 만날 때, 하나는 떠날 때 하는 것으로 나눌 수 있죠. 만날 때의 인사말을 보면, 대개 {좋은} + {시간}의 구조로 이뤄져 있는 것이 언어를 가리지 않고 자주 보입니다. 특히 유럽권의 언어가 그런 편인데, 대부분의 인사말이 아침에는 {좋은 아침/하루}, 점심에는 {좋은 오후}, 저녁에는 {좋은 밤}이라는 구조로 이뤄져 있죠. 이외에도 한국어의 “안녕!”에 대응하는 인사도 있는데요, Hello/Hallo/Hola! 등이 그 예시죠. 이들의 어원은 확실치 않지만, 아마 {부르다}의 뜻을 가지는 단어를 어원으로 하지 않을까 추측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어의 “차오!”는 {당신의 종}이라는 말이었지만, 지금은 만날 때나 떠날 때에 하는 인사말이 되었죠. 라틴어의 “살웨!”는 {건강하라/잘 지내라}의 뜻을 가지고 있고요. 한국어의 “안녕하세요!”는 말 그대로 안녕히 지내고 있냐고 묻는 말이죠. 라틴어처럼 안녕히 지내라고 비는 형태라고 해석할 수도 있겠네요. “무탈하시오”라는 사극풍 인사말과 뜻이 통하죠. 중국어의 “니하오!”는 너 이 + 좋을 호의 구조로 이루어져 있고, 일본어의 “곤니치와!”는 직역하면 {오늘은}이라는 뜻으로, “오늘은 ○○하네요.”라는 문장에서 똑떨어져 나와 상용구가 된 사례죠. 그리고 이렇게 자주 쓰이는 부분이 떨어져 나와 그 자체로 많이 쓰이는 사례는 아래에서도 자주 보실 겁니다. 직역하기 힘든 대부분의 인사말이 이렇게 만들어지기 때문이죠. 아랍어에서는 “마르하바!”라고 하고, 뜻은 {넉넉합니다}의 뜻입니다. “앗살라무 알라이쿰”이라는 유명한 아랍어 인사말은 {당신 위에 평화}라는 뜻이죠. 히브리어의 “샬롬”, {평화}라는 인사말과 비슷한 유래입니다. 우스갯소리로 인사를 할 때는 그 지역에서 항상 부족한 것을 묻는다고들 하죠. 중동에서는 평화가 있냐 묻고, 우리나라에서는 “밥 먹었어?”라고 인사하는 걸 예시로 들며 하는 소리지만, 약간의 진실이 있을 수도 있겠네요. 이외에도 “처음 뵙겠습니다”나 “환영합니다”의 뜻을 가진 인사말도 있지만, 이들은 언어를 가리지 않고 이 뜻을 그대로 가져가기 때문에 하나하나 짚어보진 않겠습니다. 

떠날 때의 인사말은 보통 한국어의 “잘 가/잘 있어”의 구분법을 따지지는 않고, 그냥 {또 봐} 정도의 뜻을 가진 구로 대신한답니다. 특이하게 영어의 “굿바이”는 {신이 함께 하길}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죠. 또, 한국어와는 다르게 다른 언어는 다시(당장 내일이라도) 볼 수 있을 때의 인사/다시는 보기 힘들 때의 인사를 구분하는데, 프랑스어의 “오레부아”는 “다시 볼 때까지”, “아듀”는 {신에게 (그대를 맡긴다)}라는 뜻이라는 뜻으로 각각 다시 볼 수 있을 때, 다시 보기 힘들 때의 인사입니다. 영어도 “페어웰”, {좋은 여정}이라는 다시 보기 힘들 때의 인사말이 있죠. 재밌는 점은 “아듀”가 다른 언어, 예컨대 독일어로 넘어가 “취스”가 되어 일상적으로 하는 인사말이 되었다는 거죠. 일본어의 “마타네/쟈네”, {다시, 그치?}와 “사요나라”, {그렇다면 (헤어집시다)}의 예시도 있네요. 한국어에도 “그럼 이만”이라는 인사가 있죠! 중국어는 “짜이찌엔”이라 하고 다시 재 + 볼 견이라고 쓰죠. 

감사말

감사말은 감사를 표현하는 말과 그 말에 대답하는 말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전자는 보통 {(당신에게) 감사하다}의 뜻이지만, 프랑스어 “메르시”, {보상}이나 포르투갈어 “오브리가두”, “갚아야 한다” 등의 예외나, 일본어의 “아리가토”, “있기 어렵다”의 예외가 있죠. (사족이지만, {있기 어렵다}의 뜻에서 {희귀하다, 귀하다}의 뜻이 되고, 이후 {반갑다}가 된 이후 {고맙다}가 된 것이랍니다. 특이하죠?) 대답하는 말은 {뭘요}, {괜찮아요}, {별거 아니에요}, {다행이네요}, {별 말씀을요/천만에요}(이상은 한국어에서도 자주 쓰임), {제 영광입니다}, {제 기쁨입니다}, {당연한 걸요}, 등등의 뜻을 가진 말로 답하죠. 

감탄사

“신이시여!”, “엄마야!”에서부터 의성의태어 “깜짝이야!”, “어이쿠야!”까지, 이런 저런 감탄사들이 많지만, 대개는 전자의 구조처럼 누군가를 부르는 형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 언어를 쓰는 문화권에서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는지 고려해 정하는 것이 좋겠군요. “세상에나 마상에나”처럼 각운을 맞추는 경우도 있죠! 특히 “세상에나”는 {세상에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라는 뜻으로, 영어의 “How on Earth”, {세상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같은 느낌이죠. 이 경우에는 일어날 수 없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보면 될 것 같네요. 

욕설

욕의 언어학은 의외로 굉장히 심오하답니다. 욕은 크게 세 유형으로 나뉘는데, 1. 더러운 것 2. 성적인 것 3. 종교적인 것이죠. 차례대로 한국어 예시를 들자면… 1번은 개ㅅㄲ, 2번은 ㅈ같네, 3번은 천벌받을 ㄴ이라는 예시가 있겠네요. 특히 2번 사례에서 한국이나 외국이나 “성교하다”라는 뜻의 단어를 욕으로 사용하는 사례가 많죠. 이외에도 직설적으로 멍청하다, 몸이 성하지 않다, 등의 욕을 할 수도 있죠. 얼마나 찰진 욕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는 창작자의 실력이겠죠? 물론 그렇다고 {제기랄}이라는 뜻을 가진 “삐에제에에뜨”라는 단어를 만들지는 마시고, 욕의 특징 중 하나는 범용성이니, ㅈㄲ, ㅈㄴ, ㅈㅂ 같이 잘 응용할 수 있어야 하기에 짧고 간결, 명확한 편이 현실성 있겠죠. “제기랄”이란 말이 나온 김에, 특이한 욕들을 알아봅시다! “제기랄”은 아마 “형벌을 받을”이라는 뜻으로, 다른 욕들에 비해 특이한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숙맥”은 {콩과 보리}라는 뜻으로, 콩과 보리를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어리석다, 세상물정을 모른다는 뜻을 가지고 있죠. 제주어에는 “귓것”이라고 {귀신 (같은 놈)}이라는 욕도 있죠. 이외에도 피부색이 다르다던가, 생김새가 다르다던가, 질병을 가지고 있다던가(특히 정신병이나 한센병), 천대받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던가, 성적 지향이 다르다던가 하는 식의 차별받는 집단을 욕하는 말이 확산되어 일반적인 욕이 되기도 하죠. 

속담 

속담은 창작물 속에서 멋지게 등장할 수 있지만, 제가 따로 다루기엔 내용이 너무 방대하니 그냥 속담도 창작 언어로 쓸 수 있다는 점과, 언어마다 속담의 구조가 조금씩 다르다는 점만 언급하죠. 예컨대 한국어는 “○○하면 ○○한다”, “○○가 ○○하듯” “○○도 ○○한다” 같은 구조라면, 영어는 “더 ○○면 더 ○○한다”, “○○는 ○○다”, ○○하면 ○○하라”라는 구조를 가지고 있고, 중국어(한문)은 유명하게 사자성어로 짧고 간결하게, 비유하고 잘라내서 일종의 관용어구처럼 쓰죠. 

문법

사실 상용구를 언급한 건 이걸 말하고 싶어서였습니다. 언어를 만드는 데 문법을 안 만들 순 없죠. 그런데 문법을 새로 만들기는 너무 어렵잖아요? 그래서 저는 문법에서 꼭 필요한 부분, 즉 상용구를 만드는 데 필요한 부분만을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서술

서술은 문법의 기본 중의 기본이죠. 서술을 설명하면서 품사니 문장 성분이니 해드릴 말이 많지만, 각설하고 어떻게 창작어의 문법을 만들지 설명해드리죠. 1. 한국어로 문장을 쓴다. 2. 그 문장을 문법적으로 해체해 의미 부분과 문법 부분을 나눈다. 3. 의미 부분과 문법 부분을 따로 번역한다. 4. 번역한 각 부분을 다시 합친다. 이 방법으로 갈 겁니다. 한국어 문장 “굴러온 돌 박힌 돌 뺀다”를 보죠. 생략된 조사를 되살리고 어미를 사전형으로 바꾸면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다”가 될 것이고, 이를 통해 주어(조사가 -이/가)가 “굴러온 돌”이고 목적어(조사가 -을/를)가 “박힌 돌”, 서술어(어미가 -다) “뺀다”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제 할 일은 주어, 목적어, 서술어를 창작 언어에서 어떻게 나타낼 지 정하는 것이죠. 몇 가지 사례를 봅시다. 

1. 조사. 한국어와 일본어는 주어, 목적어 뒤에 조사를 붙여 이들이 뭔지 알려줍니다. {돌}이 “페텔”이라고 하고, 주어의 조사가 “우스”, 목적어의 조사가 “엠”이라면, {돌이}는 “페레루스”(연음해서), {돌을}은 “페테렘”이 되겠네요. 보기에 연음 안 한 “페텔우스”나 “페텔엠”이 더 좋다면 이런 식으로 하거나, 한국어의 조사가 받침의 유무의 따라 “이/가”, “을/를” 등으로 나뉘는 것처럼 ㄹ로 끝나면 조사에 ㄹ이 덧붙혀진다는 규칙을 정해 “페텔루스”와 “페텔렘”이라고 해도 되죠. 

2. 끝부분 변경. 유럽, 인도의 많은 언어들은 단어의 끝부분을 변형시켜서 이 단어가 무슨 역할인지 알려준답니다. {돌}이 “이신”라고 하고, 주어라면 단어의 마지막 모음을 “ㅏ”로 바꾸고, 목적어라면 단어의 마지막 모음을 “ㅗ”로 바꾼다고 해보죠. 그럼 {돌이}는 {이산}, “돌을”은 이손”이 되겠네요. 이 역시 규칙을 더 복잡하게 해 더 원하는 모습이 나타나게 해도 되겠지만, 너무 복잡하면 현실성이 없으니 정도를 지켜야겠죠? 

3. 위치. 영어와 중국어는 단어의 형태를 변화시키지 않고 문장 내 위치만으로 이 단어의 역할을 알 수 있답니다. 사실 단어의 형태가 변형되지 않으니 위치밖에 남지 않았다고 봐도 무방하죠. 한국어는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다”와 “박힌 돌을 굴러온 돌이 빼다”가 동일한 의미를 가집니다. 조사를 통해 뭐가 주어고 뭐가 목적어인지 알 수 있으니까요. 물론 선호하는 순서(주어-목적어-서술어)는 있습니다. 그러나 이 두 언어는 그러지 못합니다. 그래서 {돌}이 “슈타이너”이라면 “슈타이너 슈타이너”라고 하면 {돌이 돌을}이라고 하는 셈이죠. 영어와 중국어 모두 무조건 주어-서술어-목적어의 순서를 가져야하죠. 물론, 구조에 따라 예외는 있습니다. 그게 언어니까요. 

어미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한국어에서 어미는 서술어의 의미를 더 정교하게 하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문법을 깊게 들어가지 않고 이들을 번역하는 방안은 다음 2가지가 있습니다. 

1. 어미. {빼다}가 원형, {뺀다}가 어미 “-ㄴ-“이 붙은 형태라면, {빼다}는 “엑스테로”라고, “-ㄴ-“은 “-ㄴ-ㄴ-“이라고 잡은 후 {뺀다}는 “엑슨텐로”라고 하는 식입니다. 이 경우 헷갈리지 않게 정확히 어떻게 변형해야 하는지 표기를 정해놓는 게 좋겠죠? 
2. 부사어. 부사어는 쉽게 말해 “○○하게”라는 식으로 서술어를 꾸미는 말입니다. 예컨대 {빼다}를 “누쿠”라고 하고 “-ㄴ-“를 “이마”라고 한다면 {뺀다}는 “이마 누쿠”, 혹은 아래에서 다룰 수식의 순서를 바꾸면 “누쿠 이마”가 되겠네요. 

수식 구조 

수식은 꾸민다는 소리죠? 꾸미는 말을 수식어, 꾸밈을 당하는 말을 피수식어라고 합니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다”에선 “굴러온”과 “박힌”이 수식어, “돌이”와 “돌을”이 피수식어가 되겠네요. 수식을 할 때는 수식어가 앞에 올 수도, 피수식어가 앞에 올 수도 있습니다. 보통 한 언어는 한 순서를 선호하고 그 순서를 주로 쓰죠. 물론 순서엔 예외도 있습니다. 그게 언어니까요. 다만 한 가지 알아둘 점은 수식어는 서술어의 일종이라는 겁니다. “박힌 돌”은 “돌이 박혀 있다”는 말과 의미가 같죠. 그래서 저는 여기서는 수식어를 (한국어 기준) 주어와 목적어 앞에 붙어 이들을 꾸미는 서술어로 정의하겠습니다. 그럼 “굴러온 돌 박힌 돌 뺀다”을 드디어 번역해보죠. 

1단계: 주어진 문장은 “굴러온 돌 박힌 돌 뺀다”입니다. 주어진 문장을 일반화하면 “굴러 온 돌이 박힌 돌을 뺀다”가 됩니다. 

2단계: “구르다 + -어 + 오다 + -ㄴ/돌 + 이/박다 + -히- + -ㄴ/돌 + 을/빼다 + -ㄴ-“로 나눕니다. 

3단계: “구르다” = “코론다”, “-어” = “이”를 서술어 바로 뒤에 적는다, “오다” = “츤카”, “-ㄴ” = “다”를 서술어 바로 뒤에 적는다, “돌” = “이신”, “주어 -이” = 마지막 모음을 “ㅏ”로 바꾼다, “박다” = “우츠다”, “-히-” = 서술어 바로 앞에 “와라”를 적는다, “목적어 -을” = 마지막 모음을 “ㅗ”로 바꾼다, “빼다” = “누쿠”, “-ㄴ-” = 서술어 바로 뒤에 “이마”를 적는다. 
서술의 순서는 주어-서술어-목적어 순서, 수식의 순서는 피수식어-수식어 

4단계 “이산 코론다 이 츤카 다 누쿠 이마 이손 와라 우츠다 다”로 번역한 걸 순서에 맞춰 합칩니다. 

이상으로 야매 문법을 마치고, 다음 장에서 풍화를 넣어주는 법으로 만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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