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에 생동감을 더해보자
언어는 시간이 흐르며 변합니다. 이를 언어의 역사성이라고 하죠. 예컨대, “모래”는 옛말로 “몰개”였는데, “몰애”를 거쳐 현재의 “모래”가 된 것입니다. 이렇게 단어가 변화하는 현상은 지명에서도 흔히 관찰할 수 있습니다. 영국의 지명 레스터(Leicester)를 봅시다. 뒤의 스터cester 부분은 원래 라틴어로 막사, 요새를 뜻하는 카스트라castra에서 유래한 표현으로, 여러 영국 지명에 등장하죠.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카스트라에서 차스테르로, 차스테르에서 체스터르로, 체스터르에서 체스터로, 체스터에서 스터로 소리가 변해 지금의 스터cester가 된 것이죠. 지명에서 공통으로 자주 등장하는 부분이 점차 변화하는 것은 더 자연스러운 느낌을 주고, 소리를 따온 원래의 언어에서 더 멀어지는 효과가 납니다. 이렇게 한 언어의 소리가 변하는 현상을 음운 변화라고 하지만, 저는 이 현상을 언어가 겪은 시간의 흐름을 표현하는 데에 집중적으로 쓸 예정이므로 풍화라고 표현하겠습니다. 이번 장에서는 자신의 언어에 간단하게 풍화를 주는 방법을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1. 동화
대개 언어는 말하기 편해지는 방향으로 움직이죠. 동화는 단어 안의 한 소리가 다른 소리에 이끌려 비슷해지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을 말합니다. 동화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는데, 자주 일어나는 것들을 다뤄보죠.
1—1. 구개음화
구개음화는 전 세계적으로 보이는 동화현상입니다. 한국어의 구개음화 예시를 들면 옛날에는 〈됴선〉이라 썼지만, 지금은 〈조선〉으로 적는 예가 있네요. 구개음화가 일어나기 위해는 반모음 ㅣ또는 단모음 ㅣ나 ㅟ(하지만 외국어를 ㅟ로 적을 때 단모음 ㅟ인지 이중모음 ㅟ인지 모르는 경우가 있을 경우 창작자의 자의로 구개음화의 원인인지 아닌지 정하면 되겠죠?)가 필요합니다. 구개음화가 일어나면 ㄱ이 ㅈ으로, ㅋ이 ㅅ 또는 ㅊ으로, ㄷ이 ㅈ으로, ㅌ이 ㅊ으로, ㅎ이 ㅅ으로 변하기”도” 합니다. 구개음화가 일어난다고 꼭 이 변화를 모두 적용할 필요는 없습니다. 한국어를 예시로 들면, 〈굳이〉는 [구지]로 소리 내지만, 〈길〉의 경우에는 [길]로 소리 나죠. [질]로 소리 내는 방언이 많긴 합니다. 이렇듯 풍화에 있어서 ‘구개음화가 일어난다고 설정했으니까 모든 구개음화 현상을 적용해야지!’라고 생각할 필요는 하나도 없습니다.
또, 구개음화가 일어나는 범위도 정할 수 있죠. 예컨대, 〈잔디〉는 [잔지]로 소리 나지 않죠? 이는 한국어에서는 구개음화가 더 이상 같은 단어 안에서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죠. 근대 한국어의 파란만장한 변화가 지난 지금에는 구개음화는 문법적 요소에서나 일어납니다. 전 장에서 의미 부분과 문법 부분을 나눈 것을 기억하시나요? 〈잔디〉는 한 의미 부분으로 이뤄져 있지만, 〈같이〉는 뒤의 〈이〉가 문법 부분이기에 구개음화가 일어나죠. 이렇게 풍화가 일어나는 범위를 설정하는 것도 중요하답니다. 물론, 고유명사를 주로 다루는 지금에는 단어와 단어가 만났을 때 구개음화가 일어나냐 아니냐 정도만 설정하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예컨대, {돌}이 “핔”이고 {숲}이 “이긴”이면, {돌숲}이라는 지명이 “피키긴”이냐 “피치긴”이냐를 설정해야겠죠.
1—2. 순음퇴화
순음퇴화는 원래 일본어의 역사를 다룰 때 쓰는 용어지만, 동일한 변화가 전 세계적으로 흔히 일어나기 때문에 이 용어를 써서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순음퇴화가 일어나는 조건은 따로 없지만, 모음과 모음 사이에 놓여있으면 더 흔히 발생하긴 합니다. 순음 퇴화가 일어나면 ㅂ, ㅍ이 ㅎ이나 반모음 ㅗ/ㅜ로 변합니다. 일본어의 경우, は는 원래 [파] 소리였지만, 시간이 지나 단어의 맨 앞에서는 [하]가 되었고, 다른 위치에서는 [와]가 되었습니다(그래서 일본어의 보조사 は의 소리가 [와]인 것이죠). 반대로, 라틴어를 비롯한 몇몇 언어에서는 반모음 ㅗ/ㅜ가 ㅂ이 되었죠.
1—3. 마찰음화
마찰음화는 원래 없는 용어이지만, 여러 풍화를 동시에 다룰 수 있는 용어로 제가 여기서 쓰려고 합니다. 마찰음화가 일어나기 위한 조건은 따로 없지만, 모음 사이에 있으면 더 흔히 일어납니다. 마찰음화가 일어나면 ㅋ ㅌ ㅍ가 각각 ㅎ ㅆ(th/번데기 소리) ㅍ(f소리)가 됩니다. 그리스어가 이런 변화를 겪은 가장 유명한 예시죠. 물론 이 변화가 거꾸로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이외에도 ㄱ ㄷㅂ가 ㅋ ㅌ ㅍ가 된 사례도 있죠.
1―4. 종성규칙만족
이것도 원래는 없는 용어이지만, 만들어 봤습니다. 한국어에선 특이하게 원래 종성에 올 수 있었던 8소리, ㄱ ㄴ ㄷ ㄹ ㅁ ㅂ ㅅ ㅇ가 있었지만, 이후 종성의 ㄷ이 ㄹ이 되고 종성에서 ㅅ이 ㄷ 소리로 변하게 되었습니다. 한자어 [붇]佛은 [불]이 되었고, 외국어 [붇따]는 〈붓다〉로 표기하게 되었죠. 이런 현상을 역으로 적용해보면 “아마드”(마지막 ㅡ는 소리 없음)가 “아마스”가 되고, “아미르”는 “아미드”가 되는 것이겠죠? 종성에 올 수 있는 소리에 제약은 있는지, 있다면 어떻게 변하는지는 창작자의 재량입니다.
1—5. 자음동화
자음 동화는 크게 둘로 나뉘는데, 하나는 비음화이고 하나는 위치 동화입니다. 비음화의 조건은 ㅇ ㄴ ㅁ가 자음과 접해있을 것이고 영향을 받는 자음은 각각 ㄱ ㄷ ㅂ입니다. 예컨대 〈밥물〉이 [밤물]로 소리나는 예시입니다. 위치 동화는 어느 자음 사이에서든 일어날 수 있는데, ㅇ ㄴ ㅁ 중 하나가 다른 소리를 자신과 비슷하게 바꾸는 것입니다(ㄱ과 ㅇ은 다른 자음을 ㄱ이나 ㅇ으로, ㄷ과 ㄴ은 ㄷ이나 ㄴ으로, ㅂ과 ㅁ은 ㅂ이나 ㅁ으로 변화시키고, ㄱ ㄷ ㅂ는 ㄱ ㄷ ㅂ나 ㅇ ㄴ ㅁ으로, ㅇ ㄴ ㅁ는 ㅇ ㄴ ㅁ으로만 변화함). 예시를 들면 [산고]가 [상고]로 변하거나 [산도]로 변하는 경우입니다.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지는 각 언어의 특성에 따라 달라집니다.
1—6. 모음동화
이 역시 없는 용어이지만, 역시 여러 풍화를 동시에 다룰 수 있는 용어로 제가 만든 것입니다. 조건은 모음의 앞뒤로 ㅣ가 존재할 것입니다. 영향을 받는 모음은 ㅏ ㅓ ㅗ ㅜ로, 영향을 받으면 각각 ㅐ ㅔ ㅚ ㅟ가 됩니다. 한국어에서도 흔히 일어나는 풍화고, 전 세계적으로도 자주 일어나는 풍화죠.
이외에도 모음 ㅣ와 ㅏ ㅓ ㅗ ㅜ ㅐ ㅔ가 바로 만나면, ㅑ ㅕ ㅛ ㅠ ㅒ ㅖ로 합쳐지는 현상([이오]가 [요]로 변화)입니다. 이는 모음ㅣ가 반모음ㅣ가 되는 현상이죠. 똑같이, ㅜ가 ㅏ ㅓ ㅐ ㅔ ㅣ와 바로 만나면 ㅘ ㅝ ㅙ ㅞ ㅟ로 변하는 현상도 있습니다. 모음ㅜ가 반모음ㅗ/ㅜ가 되는 경우죠. 이건 반모음화라고 해도 되겠네요.
또, 자음의 영향을 받아 모음이 변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ㄴ ㄷ ㅌ ㅅ는 ㅏ를 ㅐ나 ㅔ로 끌어올리고, ㅁ ㅂ ㅍ는 ㅡ나 ㅣ를 ㅜ와 ㅟ로 바꿉니다. 이것도 흔히 발견되는 변화죠.
1―7. 모음약화
모음 중 가장 만만한 모음은 [ㅓ]입니다. “슈와”라고 하시면 아실 수도 있죠. 일부 언어에서는 강세가 없는 모음, 대개 맨 앞이나 맨 끝이 아닌 모음이 [ㅓ]로 변합니다. 또는, [ㅡ]처럼 다른 약한 모음으로 변할 수도 있죠. 이게 더 나아가면 아예 사라져 버릴 수도 있지만, 그건 아래에서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2. 탈락
탈락은 소리가 아예 사라져 버리는 현상을 말합니다. 대개 한 소리가 동화하면서 점점 약해지다 완전히 사라져 버리게 되죠. 역시 자주 일어나는 탈락 현상을 다뤄보겠습니다.
2―1. 후음탈락
ㅎ은 가장 약한 자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많은 언어에서 ㅎ이 사라졌죠. ㅎ이 사라지는 조건은 따로 없지만, 모음과 모음 사이에서 자주 사라집니다. 한국어에서도 모음 사이 ㅎ은 들리지 않는 경우가 많죠. 예컨대 〈지향〉을 [지양]으로 소리 내는 예가 있습니다. 이렇게 되다가 아예 언어 전체에서 ㅎ이 사라져 버리는 경우도 있죠.
2―2. 접근음탈락
말하다 보면 반모음ㅣ나 반모음ㅗ/ㅜ를 빼고 말하는 경우가 많죠. 〈걔〉를 [개]로 소리 내는 예시나 〈계단〉을 [게단]으로 소리 내는 사례 등이 있죠. 이렇게 자음과 모음 사이에서 반모음ㅣ나 반모음ㅗ/ㅜ가 사라지는 경우를 접근음탈락이라고 합시다. 사실, 한국어에서 거의 사라진 반모음이 있는데, 바로 반모음ㅡ죠. 이건 ㅢ의 소리가 점차 사라지고 ㅣ로 합쳐지는 사실에서 알 수 있답니다. 표준어 기준, ㅢ가 확실하게 제대로 소리나는 환경은 단어 맨 앞에 〈의〉라고 적혀야만 합니다. 아닌 경우 ㅣ로 소리를 내도 되거나, ㅣ로 소리를 내야만 하죠. 이러다가는 ㅢ라는 소리가 아예 사라져 버릴 수 있겠죠? 그렇게 언어가 변화하는 거랍니다.
2―3. 모음탈락
모음이 탈락하는 사례는 많지만, 여기서는 2사례만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동일 모음 탈락입니다. 예컨대 {모래}가 “사아”라는 단어라면, 얼마 안 가 그 언어에서 {모래}는 “사”가 되버리겠지요. 동일한 모음이 이어지는 것은 상당히 불안정하기 때문입니다. 다른 하나는 모음퇴화입니다. 위에서 모음이 약화되어 ㅓ가 돼버리는 사례가 있다고 했죠? 예를 들어 {모래}가 “수가라”라면, 시간이 지나 “수거라”가 되었다가, “숙라”가 되어버릴 것입니다. 근데 이때 하나 알아두셔야 할 점이 있답니다! “숙라”는 상당히 안 예쁘니 “수그라”로 바꿔도 괜찮다는 점입니다. 외국어의 한글 표기에서 〈ㅡ〉는 소리 없는 중성으로 취급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 주세요.
2―4. 어절경계탈락
어절의 경계, 즉 단어의 맨 앞과 맨 끝은 가끔씩 사라질 때가 있답니다. 마치 연필을 쓰다보면 닳는 것처럼, 단어도 말하다 보면 닳을 때가 있죠. 무조건은 아니지만요. 조건은 딱히 없지만, 강세가 없거나 모음이나 자음이 너무 연달아 온다거나 소리가 약하다거나(ㅎ, ㅅ, ㅡ 등) 소리 내기 힘들다거나(ㅡ 다음에 바로 ㅏ가 온다는 식으로) 하면 더 쉽게 떨어진답니다.
2―5. 배열규칙만족
한국어가 무조건 자음 + (이중)모음 + (자음)의 구조를 만족하는 것처럼, 다른 언어도 제각기 다른 자음과 모음 배열의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시간이 흐르며 이 한계는 변화하기도 하죠. 구조의 한계는 변했는데, 단어의 소리는 아직 그 한계를 넘어설 때, 이를 맞추기 위해 소리가 탈락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탈락한 소리는 나중에 다시 등장하기도 하죠. 〈닭〉을 봅시다. 〈닭〉의 소리는 본래 [닭]이었습니다. 그러나 한국어에서 한 음절에서 자음이 연달아 등장할 수 없다는 한계가 생기며 소리가 [닥]으로 변했습니다. 그러나 뒤에 바로 모음이 와 연음이 일어날 수 있는 환경에서는, 예컨대 〈닭을〉에선, 소리가 [달글]이 되어 사라졌던 [ㄱ]이 되살아나게 됩니다. 창작 언어로 예시를 들면 {모래}는 “이십스”(마지막 ㅡ는 소리 없음), {바다}는 “우문”이어서 {사막}은 “이십수문”이었는데, 이 언어의 규칙이 바뀌어 음절의 끝에 자음이 연달아 오는 것을 금지된다면 각각 “이십”, “우문”, “이십수문”이 되는 것이죠.
3. 첨가
의외로, 언어 자체의 규약이든, 소리를 낼 때에 구별거리를 추가하기 위해서든, 소리를 추가하는 경우도 있답니다. 이런 경우를 첨가라고 하고, 자주 보이는 첨가를 아래에서 다뤄보죠.
3―1. 사잇소리첨가
언어에 따라 모음끼리 만나거나 자음끼리 만나는 것을 꺼리는 규칙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한국어의 경우 모음끼리 만나는 것을 꺼려 조사나 어미 등에 있어 “-이/가”, “을/를”, “-은/는”의 두 가지 형태가 나타나 상황에 따라 모음끼리 “충돌”하는 것을 막습니다. 추가되는 자음은 대개 ㅎ이나, ㄹ이나, ㄴ이나, 반모음입니다. 이외에도 자음의 충돌을 막기 위해 모음을 추가할 수 있죠. 이럴 때는 대개 ㅡ나 ㅓ 등이 추가됩니다. 물론, 아무 자음이나 모음을 추가해도 되긴 하지만, 자연스러운 것은 이들입니다.
3―2. 배열규칙만족
배열규칙을 만족하기 위해 오히려 소리가 추가될 때도 있습니다. 스페인어를 예로 들어봅시다. {영혼}을 의미하는 라틴어는 스피리투스spiritus입니다. 시간이 지나 라틴어의 방언이 스페인어가 되었고, 스페인어에는 음절의 앞에 ㅅ과 ㅍ이 연달아 오면 안된다는 규칙이 생겨버렸습니다. 그래서 스페인어는 이 단어를 에스피리투espíritu로 바꿨지요. 스페인어는 규칙을 만족하기 위해 단어의 앞에 에e를 일괄적으로 추가했답니다. 물론, 무엇을 추가할지는 창작자의 재량이지만, 역시 소리 내기 편하고 여러 소리와 잘 어울리는 소리를 추가하는 편이 자연스럽겠죠?
3―3. 과도교정
시간이 지나며 소리가 하나둘씩 바뀌고 사라지면, 이런 변화가 잘못된 것이라고 인식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보통은 보수적인 부유층, 귀족층의 언어와 급진적인 하층민의 언어 사이의 괴리를 인지하고 더 “올바른” 형태인 보수적인, 덜 변화한 형태로 돌아가려고 하는 움직임이 생기는 절차를 밟죠. 또는 고전이나 경전의 언어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이거나요. 이렇게 돌아가려는 움직임이 너무 나가 원래 맞는 단어까지 바꿔버리는 것이 과도교정입니다. 과도교정은 모든 음운 변화에서 나타나지만, 대개는 동화나 탈락을 거스르는 방향으로 일어나죠. 예컨대 문경새재에 있는 조령 산불됴심 표석이 대표적입니다. “조심”의 “조”는 원래부터 조입니다. 그러나 구개음화가 너무 광범위하게 일어나 버려 무엇이 원래 소리였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교정을 해야겠다는 움직임이 생기면서 바꾸지 않아도 될 “조”도 “됴”로 바꾸게 된 것이죠. 김치는 원래 “딤ᄎᆡ”였습니다. 이것이 “짐ᄎᆡ”가 되었고, 이후 남부 지방부터 ㄱ까지 구개음화하는 현상이 일어나며 이를 교정하려는 서울 지방의 움직임 때문에 “딤ᄎᆡ”가 되어야 했을 “짐ᄎᆡ”는 “김ᄎᆡ”가 되버린 것이죠.
탈락도 똑같이 교정되어 첨가가 되는데요, 예컨대 어절의 맨 앞 ㅎ이 사라지는 현상이 어떤 언어에서 일어났다고 해봅시다. “헤리토”가 “에리토”가 되는 식으로요. 이후 과도교정 움직임이 생겼고, “에리토”는 다시 “헤리토”가 됐지만, 원래 “에투스”였던 단어도 “헤투스”가 되어버리는 식이지요. 그리고 이 현상 때문에 위의 모든 풍화는 반대 방향, 즉 더 소리 내기 어려워지는 방향으로 움직여도 괜찮답니다! 물론 쉬워지는 방향이 더 많이 보이지만, 창작 언어를 어떻게 만들고 변형했는지 그 과정을 모두가 알 필요는 없으니, 위의 풍화는 역방향으로도 마음껏 적용하셔도 된답니다!
4. 풍화의 기본 법칙
음운 변화에는 아주 중요한 한 법칙이 있습니다. 바로 “음운 변화는 모든 단어에 동일하게 적용되지만, 몇몇 단어는 자신만의 변화를 겪을 수 있다”입니다. 차근차근 알아가 보죠. 먼저 앞부분의 “음운 변화는 모든 단어에 동일하게 적용된다” 부분입니다. 이 법칙이 말하는 바는 음운 변화, 즉 ○○한 조건에서 ○○한 변화가 생긴다는 현상이 일어났다고 하면, 해당 조건을 충족하는 모든 단어에서 이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는 말입니다. 이건 누가 정한 규칙이 아니라, 실제로 언어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보고 정립한 법칙이죠. 인간의 뇌란 참 대단하지 않나요? 어떻게 한 언어의 모든 단어에 동일한 변화를 다 적용하다니.
앞부분을 예시로 설명하죠. 세 단어 “이디시”와 “두마”, “디룹”이 있습니다. “연음이 일어난 후 한 음절 안에서 ㄷ ㅌ과 ㅣ나 반모음 ㅣ가 만나면 ㄷ ㅌ가 각각 ㅈ ㅊ가 된다”는 변화가 일어납니다. 각각 “이지시”, “두마”, “지룹”이 됩니다. 절때 “이디시”, “두마”, “지룹”이나 “이지시”, “두마”, “디룹”으로 변하지 않는다는 법칙입니다. 간단하죠?
뒷부분을 봅시다. “몇몇 단어는 자신만의 변화를 겪을 수 있다”, 많이 쓰이는 단어는 그만큼 많이 닳겠죠. 위의 예시를 계속 사용하자면, 세 단어가 각각 {우리}, {먹다}, {말하다}라고 해봅시다. 이런 뜻을 가진 단어는 많이 쓰이겠죠. 그래서 각 단어는 각각의 변화를 겪습니다. “이지시”는 ㅣ가 탈락해 “지시”가 되었고, “두마”는 “드마”를 거쳐 “즈마”가 되었고, “지룹”은 “지루부”가 된 것입니다. 그렇다고 이런 변화가 {잔잔하다}라는 뜻의 “이드부”나 {피부}라는 뜻의 “두레미스”나 {당나귀}라는 뜻의 “거룹”까지 미치지는 않습니다. 이들은 더 닳을 정도로 많이 쓰이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저런 변화가 일어난 건 저들 단어지, 저런 소리의 조합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정리하자면, 풍화는 모든 단어에 동일하게 적용되지만, 몇몇 단어는 더 닳아버릴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법칙이 있죠. 풍화를 하는 것은 자신의 창작 언어를 자연스럽고, 무엇보다 이쁘게 만들기 위함입니다. 처음 소리를 정한 후 그걸 그대로 사용하다 보면 마음에 들지 않는 단어가 나올 때도 있는데, 그럴 때 풍화를 해 자연스러운 과정을 통해 맘에 드는 단어로 바꿀 수 있는 것이죠. 그래서 풍화는 소리 내기 쉬운 방향으로 가는 것이 보통이지만, 창작 언어에서는 그런 것을 덜 신경 써도 되죠!
마지막으로 주의할 점만 언급하고 이번 장을 마치겠습니다. 먼저 풍화의 순서입니다. 무엇이 먼저 일어났는 지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죠. “그라벤”(처음의 ㅡ는 소리 없음)에 “연달아 있는 자음 사이 ㅣ추가”와 “ㄱ 구개음화”가 일어나면 “기라벤”을 거쳐 “지라벤”이 되겠지만, 둘의 순서가 바뀐다면 결과는 “기라벤”이 되겠죠. 음운 변화는 소급 적용, 즉 원래의 형태를 따져 적용되지 않습니다. 음운 변화는 당장 눈 앞의 단어를 보고 적용될 뿐이죠. 그러니 직접 풍화를 하실 때에는 순서를 잘 적어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다음은 강하고 약한 소리의 판정입니다. 이건 딱히 경고하는 것이 아니라, 똑같은 단어를 여러 번 반복해 무슨 소리가 가장 먼저 변하는 지를 통해 뭐가 강하고 뭐가 약한지 쉽게 알 수 있다는 도움말을 드리기 위해 주의드린 거랍니다! 특히 여러 번 말해보며 어떻게 소리 내는 게 더 편한지 알아보고, 그 변화를 풍화로 적용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오히려 그 역으로 과도교정을 할 수도 있겠죠?
이것으로 이번 장을 마치고, 다음 장에서 1막을 정리하며 만나뵙겠습니다.

답글 남기기